삶터 주변에도 알토란 같은 여행지 있다… 내고향 도시로 떠나는 설연휴 여행
입력 2012-01-18 18:24
도시가 고향인 귀성객들은 설날 연휴 어디로 가면 좋을까. 비슷비슷한 풍경이지만 도시는 저마다의 개성이 강하다. 고층빌딩 사이의 뒷골목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묻어 있고,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근교의 산과 바다에는 학창 시절 소풍 다니던 추억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설날 연휴를 맞아 가볼만한 7대 도시를 선정했다.
◇ 서울 세종마을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북촌이 있다면 경복궁 서쪽 인왕산 아래에는 세종마을이 있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동네로 서촌으로 불려오다 2011년 세종대왕 탄신 614주년을 맞아 세종마을로 명명했다. 세종마을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배경으로 조선시대에는 명승지로 꼽히던 곳.
세종마을 나들이는 경복궁역에서 자하문터널로 이어지는 자하문로를 중심으로 두 개 권역으로 나누어 즐기는 것이 편하다. 자하문로 서쪽에는 인왕산과의 사이에 사직단, 필운대, 이상의 옛집, 통인시장, 윤동주 하숙집 터, 우당기념관, 선희궁 터, 송강 정철 집터 등이 있다.
자하문로 동쪽에는 경복궁 담장과의 사이에 대림미술관, 진아트갤러리, 통의동 백송 터, 보안여관, 쌍홍문 터 등이 위치한다. 자하문고개 서쪽에 조성된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세종마을의 전통시장인 통인시장은 반드시 들러야 할 방문지로 세월의 두께가 느껴진다.
◇ 부산 이색찜질
광안리 해변에는 명절증후군을 한 방에 날려 보낼 이색 찜질방이 즐비하다. 호메르스호텔의 찜질방은 밖을 훤히 내다보도록 벽면 전체를 유리로 마감했다. 덕분에 찜질방에 누워 광안대교를 비롯해 부산 앞바다 전망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위치한 스파랜드는 독특한 찜질시설로 꾸며진 찜질테마파크. 황토방, 참숯방, 불가마 외에 옛 터키식 공중욕장을 본뜬 하맘룸, 자연의 소리나 명상음악을 통해 휴식을 얻는 바디사운드룸, 웨이브드림룸 등 특이한 공간들이 눈길을 끈다.
부모와 함께라면 동래온천 온천욕이 좋다. 농심호텔 부근에 위치한 허심청은 호텔급 시설을 갖춘 온천장. 온천장 규모가 꽤 큰 편이라 구석구석 숨어 있는 탕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천 온천은 일본의 료칸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대구 방천시장
대봉동 수성교 옆에 위치한 방천시장은 한때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의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1960년대에는 싸전과 떡전 등 1000여개 상점이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쇠락해 지금은 60여 곳으로 줄어들었다.
방천시장이 다시 북적이기 시작한 때는 2009년. 지역 미술가와 주민들이 상점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예술프로젝트인 ‘별의별 별시장’을 시작하면서부터. 상인들의 생활상을 담은 대형 사진현수막이 걸린 시장에 들어서면 오래된 벽과 가게 간판, 기둥 등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시장 어귀에서는 이곳 출신인 요절가수 김광석의 동상도 만나볼 수 있다.
다리를 비스듬히 꼬고 앉아서 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다. 신천대로 둑길을 따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100m 남짓 이어진다.
◇ 인천 송도국제도시
인천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송도국제도시는 인천 미래상을 담아낸 공간으로 국내 최초의 해수공원인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감각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건물들이 빼곡하게 도열해 있다. 고대에서 미래로 시간 여행을 5D로 즐기는 컴팩스마트시티 등이 볼만하다.
송도국제도시에서 송도교를 건너면 과거의 공간인 송도유원지와 만난다. 일대에는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등이 인천의 과거를 담고 있다. 공예상가가 들어선 동구 배다리 전통거리는 인천 근대사가 낱낱이 스며있는 공간으로 헌책방 등이 인기.
인천 시간여행은 차이나타운에서 마감된다. 인천역 앞 중국인 거리는 개항과 함께 130년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인천개항 누리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짜장면 거리, 삼국지 골목을 지나 자유공원으로 이어지는 언덕에 오르면 인천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주 양림동
1900년대 초반에 기독교 선교사들이 터를 잡은 광주 양림동은 서양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통로이자 희생과 나눔의 공동체 역사가 태동한 장소. 기독교 문화유산과 이장우 가옥 등 전통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어 선교문화를 비롯한 근대역사를 탐방하기에 좋다.
사직도서관 앞 선교기념비는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 유진벨이 처음 광주에서 예배를 드린 곳. 유진벨이 이곳을 터전으로 광주 최초의 교회와 기독병원, 수피아학교 등을 세움으로써 근대교육과 의료의 출발점이 됐다. 수피아여고로 가는 길에는 수령 400년이 넘은 호랑가시나무가 눈길을 끈다.
수피아여고의 옛 강당은 광주 근현대사의 산 증인. 광복 직후에는 미 군정청이,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이 사용했다. 학교 안에는 네덜란드식 벽돌쌓기로 지은 수피아홀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수피아홀은 광주 여성교육의 요람.
◇ 대전 과학단지
1970년대 말에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서고 93년에 대전세계박람회가 열린 대전에는 과학과 관련된 시설이 많아 자녀들과 함께 여행하기에 좋다. 천연기념물센터는 전국 각지에 있는 동물, 식물, 지질, 광물, 천연보호구역 등 다양한 종류의 천연기념물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공간.
국립중앙과학관은 상설전시관, 옥외전시관, 우주체험관, 천체관, 생물탐구관, 첨단과학관, 창의나래관,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는 공간. ‘사이언스 타운’에는 여러 갈래로 연결된 나팔관에 입을 대고 소리를 지르면 불이 들어오는 전구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물들이 가득하다.
겨울철은 별자리를 관찰하기 좋은 시기. 대전시민천문대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별음악회를 개최한다. 천체투영관에서 열리는 이 음악회는 초롱초롱 별이 뜬 밤하늘 아래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 울산 옹기마을
외고산옹기마을은 1950년대부터 옹기를 만들기 시작해 전성기에는 수백 명의 옹기장들이 활동하던 곳으로 지금은 40여 가구가 옹기를 만들거나 판매하고 있다. 옹기아카데미를 방문하면 가족 단위로 옹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완성된 작품에 잿물을 발라 가마에 구워 집으로 보내 준다.
가마처럼 길쭉한 건물 위로 옹기 항아리가 불쑥 솟은 옹기문화관은 건물부터 독특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옹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대형 옹기는 다섯 차례의 실패 끝에 완성한 것으로 2010년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에서 선보였다. 간절곶 입구에 자리한 울산해양박물관은 2011년 여름에 문을 연 곳으로 세계 희귀 산호와 패류를 전문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3m에 이르는 거대한 산호를 비롯해 흔치 않은 산호와 조개류를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간절곶을 찾으면 장엄한 해돋이도 감상할 수 있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