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반상의 ‘위대한 탄생’

입력 2012-01-18 18:17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바둑프로가 되기 위한 레이스가 펼쳐졌다. 9일부터 15일까지 한국기원에서 열린 131회 입단대회 본선은 64강 스위스리그로 진행됐다. 지난 연말 새롭게 개정된 입단제도는 1∼2월에 열리는 봄 입단대회에서 7명, 7∼8월 개최될 여자입단대회에서 2명, 만 1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영재입단대회에서 2명, 지역연구생 입단대회에서 1명을 뽑아 총 12명의 기사를 선발한다.

64명 가운데 첫 번째 프로입단 주인공은 8승1패를 거둔 정두호가 차지했다. 92년생으로 일곱 살 때 바둑을 시작해 2009년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 오픈챔피언십에서 프로 강자들을 꺾으며 주목받았다. 두 번째 입단자는 88년생인 이상헌이 차지했다. 대불대 4학년으로 늦깎이 입단자이다. 연구생 생활을 하다 나이제한으로 연구생을 나와 세계아마바둑 선수권전을 우승하는 등 아마바둑계 강자로 인정받았지만 입단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힘들었던 만큼 입단의 감동은 더 크게 느껴진다. 8승을 거두면 입단이 확정되는 가운데 8승2패로 92년생 동갑내기 민상영, 박경근이 합류했다. 민상연은 2010년 삼성화재배에서 프로들을 물리치며 32강까지 올라 ‘프로 잡는 아마’로 유명했다. 모두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좁은 입단 문과 입단대회 징크스로 고배를 많이 마셨다.

이제 남은 카드는 세 장. 본선 스위스리그가 끝나고 7승 동률자 7명이 나왔다. 여기서 동률 재대국을 벌여 랭킹 3위까지 프로가 된다. 막바지에 접어들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선수들은 더욱 굳어진다. 이런 마지막 승부에서는 일단 담력이 중요하다. 입단에 대한 부담감, 중압감, 긴장감을 모두 떨쳐내고 김원빈, 강병권에 이어 97년생인 변상일이 최연소 입단자로 결정됐다.

보통 6∼8세 정도에 본격적으로 바둑을 시작해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프로가 된다. 물론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보통 기숙사생활을 하며 바둑에만 매진한다. 또래의 평범한 친구들이 누리는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다. 오로지 한 곳만을 바라보며 인내하고 달려온 시간. 그 만큼 입단대회가 끝난 장소는 눈물이 가득하다.

입단이 결정된 이들은 부모와 스승을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입단이 좌절된 이들은 화장실이나 구석진 곳에서 몰래 서러움의 눈물을 훔친다. 불투명한 앞날에 다시 내던져진 기분. 어린 시절부터 그만큼 승부로 단련이 됐건만 마음이 잘 추슬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평생 해야 할 바둑이라면 즐겁게 하라”던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