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양호승 신임회장 취임식 “투명한 사랑 나눔 이끌 CEO 되겠습니다”

입력 2012-01-18 18:16


한국월드비전 양호승(64) 신임회장이 19일 회장 취임식을 갖기 앞서 18일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 봉사를 펼침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역촌동 월드비전 꿈빛마을 주방에 앞치마를 두른 채 나타난 양 회장은 밝은 표정으로 탤런트 정애리 친선대사와 돼지고기를 볶고 숙주나물을 다듬었다.

“도시락 봉사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월드비전 ‘사랑의 도시락’은 지난 12년간 독거노인과 결식아동에게 600만개가 배달돼 사랑을 나누어 왔습니다. 지금도 매일 2355개가 나눠지구요. 오늘 특별히 국내외아동 206명을 후원해 주시는 정애리 친선대사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양 회장은 “세계를 대표하는 국제기구인 월드비전의 일원으로 함께 일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고 기쁘다”며 “사랑이 필요한 지구촌 이웃의 손과 발이 되어 투명하고 전문적인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까지 CJ 제일제당 글로벌 신규사업개발 부사장이었던 양 회장은 서울대 수석졸업, MIT공학박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전문경영인이다. 미국 IBM연구원으로 출발해 SK그룹 기획관리실장, 상무를 거쳐 미국계 대기업의 기술총괄부사장을 맡기도 했다.

한국월드비전은 지난해 NGO로는 최초로 신임회장을 공개 채용하는 방식을 택해 화제를 모았었다. 먼저 인선위원회를 구성, 내부추천, 공개모집, 인재추천기관 추천 등을 거쳐 경영자적 역량, 글로벌역량, 기독교적 정체성 등 공정한 심사를 통해 양 회장이 최종 낙점됐다.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임기 3년에 연임할 수 있고 최장 9년까지 일할 수 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월드비전이 추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입니다. 이를 잘 고려해 다양한 사람들, 직원들, 결연아동, 후원자들 모두를 배려하면서 일하려고 합니다.”

양 회장은 “회장으로서 기존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추구하면서 여기에 ‘효율성’을 덧붙이고 싶다”며 “월드비전 핵심가치인 기독교 정체성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음을 직접적으로 전하기보다는 큰 의미의 사랑, 기독교 사랑을 전하는 사역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식량을 주기보다는 식량 만드는 법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현재 북한 농학자들과 일하는데 씨감자 사업을 하고 있고 북 내륙까지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을 다녀왔다는 양 회장은 “지금은 국민정서가 좋지 않아 북한 사업을 적극적으로는 하지 못하지만 사업은 꾸준히 이어왔다”며 “월드비전은 북한이 의료, 교육, 식량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새마을운동 같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10년전 쯤 아들이 먼저 월드비전 1:1 결연을 통해 르완다 소년을 도왔어요. 그러다 제가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소년의 사진과 편지를 받으면서 가슴이 뭉클하곤 했어요. 우리가 돕는 것은 큰 것이 아니지만 도움을 받는 어린이에겐 일생이 걸린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밥 피어슨 목사와 한경직 목사에 의해 설립된 월드비전은 현재 100여 나라에서 긴급구호 및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월드비전은 현재 연예산 1500억원, 45만명의 후원자를 가진 국내 최대 NGO이다.

양 회장이 생각하는 ‘나눔’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는 “나눔은 잠시 맡겨진 것을 잘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능(才能), 재화(財貨) 모든 것은 다 하나님이 각자에게 맡겨 주신 것이기에 나눔은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당분간 회장이라기보다 훈련받는다는 생각으로 일하겠다는 양 회장은 19일 오후 6시 자신이 장로로 시무하는 서울 양재동 온누리교회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이날 박종삼 전임회장의 이임식도 함께 열린다.

김무정 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