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폴리스를 싸게 빌려줍니다”… 빚더미 그리스 ‘유적 임대’
입력 2012-01-18 18:51
‘아크로폴리스를 빌려 줍니다.’
빚에 쪼들리는 그리스가 고대 유적지를 임대하기로 했다.
국가 부도설에 시달리는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의 국채수익률이 급등한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2단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해 남유럽 국가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정부와 민간 채권단의 부채탕감 협상이 18일(현지시간) 재개됐다.
◇그리스, 유적지 빌려준다=그리스 정부는 이날 아크로폴리스 등 대표적인 유적지와 박물관을 영화나 사진, 광고 촬영지로 개방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동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등의 영화 촬영에 아크로폴리스가 사용된 적은 있지만, 정부는 영화나 광고 촬영요청을 대부분 거절해왔다. 영화사 입장에서는 빌리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데다 절차도 복잡해 사실상 촬영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나라가 부도 위기에 빠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고고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적지를 활용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형편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500년간 그리스의 대표적인 유적지였던 아크로폴리스 등 주요 유적지의 하루 영화 촬영료는 4000유로에서 1600유로(약 230만원)로 대폭 내려갔다. 정부는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온 복잡한 촬영 허가 절차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전문 사진 촬영 비용은 300유로에서 200유로로 내렸다.
◇민간 채권단 협상타결 임박=유로존의 운명을 좌우할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 간 부채탕감협상이 이날 재개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민간 채권단에 속한 헤지펀드 매니저 브루스 리처드스를 인용해, 협상타결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그리스가 민간채권자들에게 국채 1유로당 현금과 증권 시가 32센트 상당을 주는 조건이다.
리처드스는 그리스가 오는 3월 예정된 145억 유로 상당의 국채 만기 연장을 못할 것이라며 그 전에 민간 채권단과 합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신용평가사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가 결국은 국가 부도사태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CNBC가 전했다.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도 위기에 휩싸였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크 수준의 포르투갈 국채 가격이 디폴트로 간주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이에 따라 국가 부도설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포르투갈 국채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정크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반영해 씨티그룹이 유럽국채지수에서 포르투갈을 제외하자 17일 국채가격은 사상 최저치인 액면가의 52%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