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우체국-파푸아뉴기니 문성 선교사] (10)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는 삶(두 번째 이야기)
입력 2012-01-18 18:01
“세계 곳곳서 나를 위해 응급기도… 기적의 치유가 보여”
언제 동맥이 파열돼 죽을지 모르는 나를 바라보고 닥터 케븐과 이민아 선교사는 긴장감 속에서 침묵과 적막은 계속 되었다. 밤 12시가 되어 호주 케언즈 공항이 저멀리 보였다. 착륙하자마자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을 향하여 달려갔다. 응급실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간호사와 의사들이 달려들어 CT는 물론 앞뒤 좌우 X-Ray를 찍고 수술을 위해 대기실로 이동했다. 이 선교사는 떨리는 손으로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눈물을 흘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충격받아 그때까지 두 아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지 못해 연락도 못하고 있었다.
나의 뺨에 얼굴을 대고 울며 손을 흔드는 이 선교사를 뒤로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7시간의 긴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몇 주가 지나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스테펜 병원장의 소견은 “처음 검사한 의사가 미국인 의사인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술, 담배도 하지 않고 건강해 회복이 빠른 것 같습니다.” 찾아오는 모든 의사와 간호사들은 나를 “기적의 사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기적이라 말하는 것이 누구의 일인지를 알고 있을까? 우리의 삶 하루 하루 모두가 하나님의 손길이며 우리에게는 기적인 것을…. 생명을 연장하신 주권자 하나님을 찬양하며 병원 문을 나섰다.
동맥류 수술이 끝나고 건강이 회복돼 하루빨리 Kora부족에게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오기 전날 밤 갑자기 복부에서 시작된 통증이 온몸으로 퍼지고, 체온은 섭씨 42도를 넘었다. 앰뷸런스를 타고 응급실로 갔다.
고열과 통증으로 말은 물론 숨도 잘 쉴 수가 없었다. 수술했던 의사와 간호사 모두가 나와 채혈과 CT 그리고 X-Ray를 다시 찍고 아침이 되도록 검사를 했다.
다섯 명의 의사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던 원장 스테펜은 침착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운이 없습니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이 병원은 물론 내게도 처음 있는 경험입니다. 수술실의 강한 소독약에서도 살아남는 연쇄상 구균(Streptococcus)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공동맥 주름 안에서 번식해 인공동맥을 둘러싸고 있던 8㎝의 조직을 뚫고 다른 곳으로 퍼졌습니다. 그래서 온 몸에 통증이 있고 고열이 있는 것입니다.”
CT 사진을 보여 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당신의 혈액 속의 단백질 함량이 정상인은 2%인데 98%에 달합니다. 그만큼 병균이 많다는 증거이며 심각합니다. 이런 사고의 확률은 우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모두 떠났다.
의사들은 호주에 있는 모든 전문의와 상의하며 방법을 모색했다. 두 번의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한번은 지난번과는 달리 심장에서 다리로 혈관을 연결하는 수술을 하고 성공적으로 되면 그때 다시 구균이 서식하고 있는 인공동맥을 제거하고 새 인공동맥을 연결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 수술도 할 수 없는 것이 몸에 구균이 이미 퍼져있기 때문에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당신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 말에 나는 “지난번 수술과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인 것 같이 지금 이 상황도 은혜 안의 일입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어떤 방법을 택하시든지 첫 번째도 당신을 택해 살리셨던 것같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인도입니다.” 그들은 오직 수치에만 의존하는 의사이며 아직 하나님을 모르는 불신자들이어서 반응이 없었다.
의사는 재수술 일정을 이틀 후로 잡으면서 말했다. “당신의 하나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 기도하게 하십시오! 기적 밖에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원장의 이 말은 놀라운 반응이었다. 그는 결코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분이 아니었다. 이 선교사는 즉시 모든 사람들에게 기도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으며 모든 선교사들도 모든 사람들에게 응급기도 편지를 보냈다. 병실에 있는 동안 전 세계에서 기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 왔다.
또 다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수술 하루 전날 아침 그렇게 심하던 통증이 사라지고 열은 떨어지고 몸은 가벼워졌다. 의사들은 다시 채혈 검사를 한 후 찾아와 “통증을 참지 마십시오! 여전히 당신의 혈액 속에는 98%의 구균이 있습니다. 통증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말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정말 통증이 없었다. 온 몸이 나른해 힘은 없었지만 통증과 열이 내려가 숨쉬며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원장은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나로서는 한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항생제중 가장 강한 뱅코 마이신(2000㎎)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주일 이상 건강한 사람에게 주사를 하면 얼굴과 몸이 보라색으로 변하는 죽을 만큼 강한 항생제가 있습니다.” 한번 시도하고 싶은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다시 X-Ray 실로 보내져 핑크라인이라는 가는 호스를 팔뚝 혈관을 통해 심장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항생제가 들어있는 고무풍선을 병 속에 넣어 목에 걸어 주었다. 하루에 한 병, 이렇게 일주일 동안 24시간을 심장으로 뿌려졌다. 숨을 쉬면 코에서 소독제와 유사한 냄새가 가득해 역겨워 숨쉬기가 어려웠다. 때로는 오렌지 색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지만 통증과 고열은 없었다.
이렇게 일주일이 지난 후 다시 채혈하고 검사한 결과 단백질 함량이 2%가 줄어 96%가 되었다고 기뻐했다. “몸에 설치했던 항생제 병과 핑크라인을 제거하고 3200㎎의 항생제를 주면서 하루 3번씩 투약한 후 일주일 후에 다시 검사하자고 했다. 일주일 후 다시 검사하고, 또 일주일 후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해 단백질 함량이 떨어지는 결과에 기뻐했다.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에 가있다가 단백질 함량이 2%미만이 될 때 인공 대동맥재 수술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많은 항생제를 손에 쥐고 병원을 나서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알게 하옵소서!” 혈액검사는 본부 병원에서 하기로 하고 몸은 아직 완치되지 않았지만 파푸아뉴기니로 돌아왔다. 많은 동료 선교사들이 “기적의 사람,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부르며 눈물로 반겨 주었다. “하나님이 다시 생명을 두 번이나 연장시켜주심은 아직 문성 선교사를 통해서 할 일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없는 동안 미국교회에서 Kora부족을 찾아와 산행을 할 수 없는 나를 위해 정글의 우리 집 가까이에 헬기장을 만들어 놓았다. 아직은 몸이 약하고 완치되지 않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평온함이 일어났다.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인도하심에 감격했다.
● 문성 선교사
문성(60) 선교사는 아내 이민아 선교사와 함께 20년째 파푸아뉴기니 선교를 하고 있다. 지병 박리성대동맥류 때문에 인공동맥을 차고 있다. 선교지 코라 부족은 식인을 할 정도로 원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