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쿨이 해법이다] 이근청 청명학생교육원장 “학교폭력 강제전학은 책임전가”
입력 2012-01-18 22:10
“가해학생을 강제전학시키는 건 책임전가에 불과합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자로 올리는 방안은 학생 장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했으면 합니다.”
이근청(59) 충북청명학생교육원장은 교직 경력이 올해로 37년째다. 수학교사 출신으로 고3 담임만 13년을 한 그는 충북교육청 장학관, 일선학교 교장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청명으로 와 위기학생 치유에 헌신하고 있다. 작은 체구지만 몸이 다부지고 열정이 느껴졌다. 이 원장이 제시한 위기학생의 해법은 한마디로 ‘관심과 사랑’이었다. 17일 충북 진천 청명학생교육원에서 그를 만났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학교폭력을 포함한 위기학생의 원인은 대부분 가정에서 비롯됩니다. 결손가정이나 부부 갈등이 심한 가정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 위기학생이 됩니다. 사회구조적으로는 입시제도가 주범입니다. 과도한 경쟁, 암기식 교육, 여가문화 실종 등을 바로잡는 교육의 근본적 변화와 개혁이 필요합니다.”
-학교폭력대책의 일환으로 검토되는 강제전학과 학생부 기록 방안에 대해 ‘낙인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치유프로그램도 병행해야 합니다. 가해학생을 다른 학교로 보내는 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환경의 변화는 필요하겠지만 받아줄 학교가 없거나, 학생이 거부할 경우 실효성이 없습니다. 학생부 기록은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또 다른 상처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신중했으면 합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담임교사가 매일 점심시간에 교실을 한 번씩만 둘러봐도 학급의 문제점을 상당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학교생활에서 학생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여교사들이 많아서 덩치 크고 거친 남학생들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입니다. 따라서 신규교사 채용 시 일정 비율을 남자교사로 뽑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대학생과 위기학생을 1대 1로 맺어주는 멘토 프로그램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위스쿨이 전국에 단 3곳에 불과하고 2013년까지 개교할 학교까지 포함하더라도 7곳에 그칩니다. 최소한 전국 16개 시도별로 하나씩은 있어야 합니다. 이는 점차 늘어나는 위기학생들이 공동체생활과 심리치유를 통해 학교 적응력을 키우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입니다.”
-왜 위기학생 지원에 정성을 쏟아야 합니까.
“위기학생을 방치하면 교육환경이 황폐해집니다. 인재 손실은 물론 범죄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집니다. 그들은 문제아가 아닙니다.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일 뿐입니다. 위기를 겪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위스쿨 설립에 반대하는 님비현상도 있습니다.
“청명학생교육원은 인근에 4개 마을이 있지만 주택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충북교육청 소유 부지에 지어졌기 때문에 설립 당시 주민들의 반대는 없었습니다. 다만 청명학생교육원과 나란히 붙은 외국어교육원을 이용하는 초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염려가 있었습니다. 학부모들을 초청한 설명회를 1년6개월간 11차례 실시하면서 학교시설을 보여주니 다들 이해하고 돌아갔습니다. 아직까지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진천=전석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