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쿨이 해법이다] 툭하면 맞았다, 가해자로 변했다… 위스쿨서 1년5개월, 꿈이 생겼다

입력 2012-01-18 22:11


청명교육원 최장기 학생인 어느 조선족 중학생은…

철수(가명·16)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와 함께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우리말이 서툴러 집단따돌림을 당했고 5학년 때부터는 새로 전학 온 ‘일진’의 타깃이 돼 친구들로부터 툭하면 맞았다. 돈도 뺏기고 괴롭힘을 당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철수는 학교폭력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했다. 수업도 자주 빼먹었다. 학교는 철수의 결석일수가 50일을 넘기면서 유급위기를 맞자 위스쿨에 도움을 요청했다. 충북 위스쿨로 지정된 청명학생교육원이 2010년 9월 6일 문을 열면서 철수는 이 학교로 왔다. 이 학교에 있으면 출석으로 간주된다. 철수는 청명의 최장기 학생이다.

철수는 청명교육원에 온 첫날 병원에 실려갔다. 교실 2층 베란다에 걸려있는 샌드백을 발견하고 갑자기 달려들어 두들기다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철수는 다행히 아무런 신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철수의 정신을 잃게 한 건 분노와 극도의 스트레스였다.

철수는 청명교육원에서 한 달간 모래치료를 받으며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수업을 빼먹어도 혼내는 사람이 없어 좋았고 만화책을 읽으며 아무데서나 뒹굴어도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들리지 않아 편했다. 철수가 꼬박꼬박 참여한 수업이 있었다. 매일 3교시 체육시간. 배드민턴 재미에 흠뻑 빠졌다. 끝나면 곧바로 점심시간인데 배가 출출해져 밥맛도 좋았다. 불끈 화가 나면 난타 북을 두들겼다.

철수는 빠르게 청명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두 달 만에 새로미에서 도우미로 3계단이나 지위가 상승했다. 지위가 상승하면서 주어지는 소소한 특권을 누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배드민턴은 레슨을 받지 않았는데도 선수로 나가도 될 정도라는 소리를 들었다. 배드민턴을 배우고 싶다는 또래들과 동생들이 늘어나 청명에서는 인기스타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시작한 난타북 치기는 공개무대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됐다. 실제 지난해 10월에는 예전에 다니던 학교 축제에 초청돼 친구들 앞에서 난타 연주 솜씨를 뽐냈다. 주말마다 집에 가서 만나는 친구들이 “언제부터 난타를 배웠니? 얼마나 배우면 너만큼 할 수 있니?” 묻곤 했다. 어깨가 으쓱했다.

철수의 청명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쉽게 화를 내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아이들을 때렸다. 들키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20번은 된다고 했다. 예전과 달리 곧바로 사과하고 화해했지만 이 때문에 진급심사 때마다 누락됐다. 수업도 빼먹었다. 도우미는 4번까지 수업 빼먹는 게 허용되지만 세우미로 진급하려면 두 번 이상 빠지면 안 된다.

지난해 9월쯤 집에 갔다가 친구랑 크게 싸워 경찰서에 불려간 것이 전화위복의 계기였다. 다시는 주먹질로 경찰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이후 철수는 달라졌다.

철수는 지난해 11월 기어이 세우미로 진급했다. 도우미가 된 지 1년 만이었다. 세우미로 진급하니 침대가 생겼다. 고교 진학에 성공한 선배들이 떠난 청명교육원에서 침대생활을 하는 학생은 이제 철수가 유일하다.

“이젠 예전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요.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솔직히 집으로 돌아갈 생각 하니 짜증이 나요. 하지만 화가 나도 참을 자신이 생겼어요. 저도 꿈이 있어요. 경찰관이 될래요. 어쩌면 이용대처럼 유명한 배드민턴 선수가 될지도 몰라요. 그때 저를 인터뷰해 주실 거죠?”

진천=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