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일파만파] 당사자들 혐의부인·물증확보 난관… ‘험난한 수사’ 예고
입력 2012-01-18 18:37
박희태 국회의장이 18일 귀국함에 따라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해외 순방이라는 변수가 사라진 만큼 확실한 증거만 확보된다면 ‘윗선’ 조사에 이어 이 사건의 정점인 박 의장에 대한 직접 조사도 가능하다.
하지만 돈 봉투 전달자로 의심받는 고명진 전 국회의장 비서관과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모두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검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핵심 당사자들의 계좌추적과 이메일 분석을 진행했으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박희태 후보 캠프 회계장부를 확보해 분석했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진술에만 의존하는 수사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핵심 당사자들을 압박할 물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압박할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의장을 수행한 이모 국회의장실 정무수석과 전대 당시 선거회계책임자로 신고된 함모씨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수사 전망은 밝지 않다. 거액이 특정인에게 전달되는 뇌물사건과 달리 소액의 현금이 여럿에게 뿌려진 선거사건은 한쪽이 입을 닫아버리면 수사가 쉽게 진척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사람 가운데 누구도 돈을 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나마 돈을 받았다는 인사들도 되돌려줬다고만 주장해 실체에 대한 접근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선거 때 사용되는 불법자금은 대부분 현금으로 직접 주고받기 때문에 계좌추적도 쉽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씨나 안 위원장에게 돈 전달을 지시한 윗선으로 의심받는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소환도 당장 쉽지 않다는 게 검찰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설 연휴 전 조정만 비서관 조사 가능성은) 낮다. 지금은 준비기간으로 해석해 달라”고 말했다.
박 의장이 검찰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4년 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다. 잘 모르는 일”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 험난한 수사를 예고했다. 검찰은 박 의장이 금품 살포 사실에 대해 보고만 받았다면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의장에 대한 조사 시기도 검찰이 압박카드를 충분히 확보한 뒤에야 가능해 설 연휴 한참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