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 월야면 정산리 1구 내정마을 경로당과 마을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경로당에서 지난 5일 발생한 ‘농약 비빔밥’ 사건을 수사 중인 함평경찰서는 누군가 고의로 음식물에 농약을 넣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피해자들이 먹다 남긴 비빔밥에서 살충제(농약) 성분인 메소밀(methomyl)이 검출됐다. 그러나 비빔밥 재료인 상추겉절이, 고추잎무침, 간장 등에서는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밥에서 나온 점에 경찰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메소밀이 무색무취한 특성 탓에 조미료로 잘못 알고 음식에 넣었다가 변을 당할 수 있지만, 흰밥에서 검출된 것은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추겉절이와 고추잎무침은 주민들이 집에서 가져왔지만, 밥은 전날 점심 때 경로당에서 먹고 남은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마을주민 40여명을 상대로 피해자들과의 원한 관계 등 범행동기와 당일 행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의 동요와 범인의 사전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해 그동안 비공개로 수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목격자도, 남아있는 지문도 없는데다 외부인의 출입 흔적마저 발견되지 않아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더구나 메소밀은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용의자를 지목할 만한 직접적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30여가구 40여명이 사는 이 마을은 전주 이씨 집성촌으로 그동안 범행동기가 될 만한 갈등관계가 표출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자칫 수사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편 평소 같으면 농한기라 주민들로 북적였을 경로당은 사건 발생 이후 ‘출입금지’를 뜻하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된 채 오가는 주민들이 없어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마을의 한 주민(59)은 “이번 일이 있은 뒤 노인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아 서로 왕래조차 없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서로 친인척간이어서 그동안 다툼이나 불편한 관계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경로당에서는 당일 오후 5시45분 주민 6명이 비빔밥 등을 먹고 복통을 일으켜 정모(72·여)씨가 숨지고, 5명이 병원치료를 받았다.
함평=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
함평 경로당 농약비빔밥… 실수 아닌 고의투여 ‘냄새’
입력 2012-01-17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