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반 여고생 40일 간격 잇단 투신… 학생들 패닉 학교는 뭐했나
입력 2012-01-17 22:07
같은 반 여고생들이 40여일 간격으로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해당 학교가 공황에 빠졌다.
숨진 학생들이 다녔던 대전 모 여자고등학교는 17일 충격으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전날 저녁 아파트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양에 대한 안타까움 속에 교사들은 앞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지 걱정했다. 1학년 A양(15)에 앞서 지난해 12월 3일 이 학교 같은 반 B양(15)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장과 교감을 비롯한 교사들은 A양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전날 밤 곧바로 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이날도 회의를 가졌다. 한 교사는 “정말 슬프다. 연락을 받고도 이게 사실인지 믿기지 않았다”고 머리를 감쌌다. 다른 교사는 “A양이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대전교육청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나서 마음을 겨우 추스른 상태로 알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똑같은 사건이 같은 학교에서 일어난 것은 학교의 학생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정부 차원의 왕따 문화와 폭력 해소 대책, 학교의 치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B양의 아버지도 “교육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양은 당일 16일 오후 6시33분쯤 대전 서구 한 아파트 1층 출입구 지붕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행인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0여분 만에 숨졌다.
A양은 투신 직전 친구들과 만나 이상한 내용의 쪽지를 한 친구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친구들은 이 쪽지를 A양 부모에게 전달했고, A양 엄마가 이상히 여겨 A양에게 휴대전화를 걸었을 땐 경찰관들이 A양 시신을 수습 중이었다고 수사경찰은 말했다.
A양은 반장이었고 B양과는 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B양이 투신하기 전 A양은 B양을 상담교사에게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는 것이다. B양의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A양은 B양에게 “보고 싶다. 오늘 금요일이다. 내일은 주말이다. 다음 주는 시험인데 공부를 하나도 하지 못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정신적으로 혼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에서는 A양이 B양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가슴 아파했다고 말했다.
B양 사건과 관련해 학교폭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양을 포함해 이 학교 학생 12명이 지난달 심리상담과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때 A양이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전했다.
대전=정재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