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총 ‘비대위 때리기’… 차명진 “박근혜, 비례대표 끝자리로 가야”

입력 2012-01-17 23:30


한나라당이 17일 국회에서 4월 총선 공천기준에 대한 의원들의 여론수렴을 위해 마련한 의원총회는 박근혜 비상대책위 체제를 성토하는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현 정부 실세 용퇴와 ‘보수’ 용어 삭제를 주장했던 김종인 비대위원 등 일부 비대위원들에 대해 그동안 쌓였던 의원들의 불만이 노골적으로 터져 나왔고 공천기준안의 획일적·기계적 적용으로 인한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4시간가량 진행된 의원총회에는 의원 120명과 비대위원 중 김 위원, 해외출장 중인 이양희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참석했다. 의원 19명이 발언대에 올랐으며 전여옥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일부 의원의 발언을 중계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4·11 총선 공천기준안과 관련, “철저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라며 “우리가 나갈 개혁의 큰 방향에 대해 개인의 유불리를 떠나 대승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겸허한 마음으로 의견을 모으자”고 요청했다.

당 지도부의 협조와 당부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회의 초반부터 ‘비대위원 군기잡기’에 나섰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김 위원이 지난 10일 민주통합당 최재천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최 전 의원을 칭찬하고 치켜세웠다”고 비판했다. 진 의원과 최 전 의원의 지역구는 같은 서울 성동갑이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최측근인 차명진 의원은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안 좋은 소리만 들리던 분들로 비대위가 구성됐다”며 “비대위에 벽화를 그리랬더니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예쁜 그림을 그렸다”고 비꼬았다. 그는 박 위원장을 향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잔재도 내려놓고 지역구에 출마하지 말고 비례대표 (순번의) 끝자리로 가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방송국에는 그렇게 열심히 다니면서 의원총회에는 오지 않는 것은 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유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쇄신파의 정두언 의원은 “비대위가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하고 있다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꼬집었고 친이계의 3선 전재희 의원은 전날 전체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낭독하며 여론조사를 통해 당의 존폐를 묻자고 거듭 촉구했다.

비대위가 제시한 공천기준안에 대한 질문도 쇄도했다. 친박계의 송광호 의원은 “현역 의원 25% 탈락은 너무 획일적”이라며 “충청도 등 지역별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등 특정지역의 일방적 물갈이를 방지하기 위해 권역별로 묶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는 주문도 잇따랐다. 친이계 비례대표 의원으로 강남 출마를 준비 중인 원희목 의원은 “강세지역 전략 공천은 인위적 인적쇄신으로 한나라당 후보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부를 것”이라며 전면적인 국민참여 경선 실시를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재창당 주장과 관련, “제가 정치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사람이 줏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략공천은 강세지역에 아무나 내려 보낸다는 뜻이 아니고 불출마 선언지역, 사고지구당도 다 포함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 대변인실은 각 현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박 위원장의 비공개 발언 전체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의총이 끝난 후 정 전 대표, 차 의원, 정 의원 등 수도권 의원 10여명이 만찬 회동을 해 눈길을 끌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