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집단 자살설에 멕시코 ‘들썩’

입력 2012-01-17 20:50

인디언 원주민들의 집단 자살설로 멕시코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지금 멕시코에서는 북부 산악지대에 사는 인디언들 수십 명이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집단 자살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도 멕시코시티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호활동이 펼쳐지는 등 전국적으로 이들을 돕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리들은 집단 자살은 터무니없는 풍설이며 단지 이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발단은 멕시코 북부 산악지역인 치후아후아주의 마을 카리치 의회 사무국장 라몬 가르데아가 지난 주말 소셜미디어에 이런 내용을 전하면서부터 비롯됐다. 가르데아가는 동영상에서 “타라후마라 마을의 인디언들이 지난 70년간 이어진 가뭄과 혹한으로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절망에 빠져 자살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자식들을 4∼5일씩 굶기면서 자포자기했다”면서 “결국 남여 50명이 골짜기에서 계곡 아래로 몸을 던졌으며 일부는 스스로 목을 맸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비극적인 상황이 알려지면서 멕시코 전역에서는 식품과 의류 등 구호품이 쇄도하고 있다.

멕시코시티 시민 사무엘 로페즈는 대광장에 가득 쌓인 쌀과 콩, 크래커와 참치캔을 가리키며 “우리의 형제인 그들을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타라후마라 인디언들은 용맹스럽고 자립심이 강한 부족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한 번에 산악지대 80∼90㎞를 달리는 ‘초인적인 마라토너’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멕시코 적십자사 대변인 라파엘 곤잘레스는 집단 자살에 관한 어떤 보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식량 부족 사태가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멕시코 적십자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최근 270t의 식량과 5000장의 담요를 이들에게 전달했다”면서 “25만명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위해 정부는 수백만 달러의 구호기금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집단 자살했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바 없다”고 강조했다.

치후아후아 고위공무원 케사르 두아르테는 기자회견을 통해 “집단 자살은 그릇된 믿음과 과장으로 가득 찬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AP통신은 이 사실을 처음 알린 가르데아가의 사무실로 지난 월요일 여러 번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진영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