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마株 요지경… 3곳중 2곳 적자·실적 악화속 4곳중 3곳 도리어 주가 올라
입력 2012-01-17 18:37
정치테마주만큼 허망하고 불가사의한 것이 없다. 지난해 말 정치테마주로 분류된 기업 3곳 중 2곳은 적자를 내거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 4곳 중 3곳은 테마주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되레 주가가 상승했다. 테마주에 거품이 끼어들면서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춤을 추는 꼴이다.
◇실적과 거꾸로 가는 주가=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올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로 분류된 78개 종목 중 실적 비교치가 있는 75개 종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에 영업적자였거나 실적이 악화된 종목은 46개로 전체의 61.3%나 됐다. 나머지 29개(38.7%) 종목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거나 전년 동기보다 실적이 좋아졌다.
그런데 75개 종목 중 정치테마주로 분류되기 전인 지난해 6월 말 이후부터 이달 16일까지 1개 종목은 주가에 변동이 없었으나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15개(20.0%)에 지나지 않았고 59개(78.7%)는 되레 주가가 올랐다. 주가는 보통 실적에 비례하기 마련이지만 이들 기업 75곳 중 실적이 나빠졌음에도 주가가 오른 곳은 단순 계산하면 전체의 40%(78.7%-38.7%)나 된다. 테마주라는 이유를 빼고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 주식시장은 테마주 천국=정치테마주만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니다. 선거 관련이슈는 물론 소비자 기호 변화, 신기술 등장 등 주식시장에 나타나는 새로운 판단재료가 끊임없이 테마주 생성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개미투자자들이 일시적인 거품임을 뻔히 알면서도 단기매매차익을 노리고 달려들면서 테마주는 더욱 요동을 친다. 우리 주식시장은 가위 테마주 천국에 비견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식시장에 테마주 그룹이 247개인데 테마주 그룹에 속한 종목은 3460개나 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종목이 총 1940개인 데 비해 테마주 그룹은 그 배에 가깝다. 증시 종목들이 테마주 그룹에 중복적으로 가입돼 있는 탓이다. 거의 모든 종목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테마주로 분류해서 개인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어제오늘 주식시장에 또 하나의 테마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15일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나타난 ‘친노(親盧) 테마주’다.
친노 테마주의 대표격인 모나미와 영남제분은 주가가 이틀 연속 솟구치면서 지난 13일 대비 각각 29.7%, 33.5% 급등했다. 실적과 무관한 일시적인 쏠림현상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며 건전한 투자문화마저 훼손시킬 뿐이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