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의 교회이야기] “그들은 경험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입력 2012-01-17 18:32
최근 신성종 전 충현교회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난 해 말, 미얀마 선교를 다녀온 뒤 성탄절에는 정신지체아들이 모여 있는 시설을 찾아 말씀을 전했다고 한다. 올 설에는 노숙자들에게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예수님이 그런 곳에 더 가실 것 같아서요….” 짧은 말에는 울림이 있었다.
지난해 신 목사 인터뷰 기사(본보 미션면 9월30일자)가 나간 이후 많은 사람들이 신 목사의 천국과 지옥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했다. 2009년 초에 출간 된 ‘신성종의 내가 본 지옥과 천국’(크리스챤서적) 판매부수도 올라갔다.
신 목사는 올해 76세. 예장 합동 측 목회자이자 신학자인 그가 70을 훌쩍 넘겨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때 한국교계를 대표했던 신 목사는 천국과 지옥 경험을 하기 전까지 ‘반쪽짜리’ 신앙을 가졌던 것인가? 지금도 무수한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이나 목회자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 듯 하다. 천국과 지옥에 대한 이야기, 신비적 이야기를 다뤘을 때 가해질 비난과 손해를 생각해서 아예 언급도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오륜교회에서 열렸던 ‘더블 포션’ 집회에서는 복음주의권 교회에서 잘 쓰지 않는 사도, 선지자, 열린 하늘, 천국, 천사 등의 단어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한쪽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않는 개념들을 다른 한 쪽에서는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절절히 경험하는 듯한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내 짧은 인생 경험상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 이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학문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거한 학교의 범주 안에서 모든 것을 해석하게 마련이다. 10여 년 전 풀러신학교의 찰스 크래프트 박사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탁월한 인류학자였다가 나이지리아 선교사로 나간 뒤 축사(逐邪·귀신 쫓아내는 사역)와 기적의 사역에 눈을 뜬 크래프트 박사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비난의 화살을 쏘았다.
그에게 말했다. “풀러신학교 내에도 박사님의 축사 사역 등에 대해 거칠게 비난하고 심지어 조롱하는 교수들이 많습니다.” 크래프트 박사의 짧은 대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들은 단지 경험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분명 이 땅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더 있을’ 것이다. 열왕기하 6장에서 엘리사의 사환의 영적 눈이 열렸을 때, 불 말과 불 병거가 주위에 가득한 것이 보였다. 나는 신성종 목사가 이전과는 다른 것을 보았다고 믿는다. 언론인으로서 나는 그의 경험을 일반화 할 수는 없다. 책 내용에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한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그는 분명 뭔가를 보았다. 나는 책 내용 보다는 ‘그가 보았다는 그 사실’을 믿는다. 그의 드러매틱한 삶의 변화라는 열매가 내가 믿는 경험적 근거다. 엘리사 사환의 경험 이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신 목사처럼.
이태형 종교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