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케이블TV 대란이 남긴 교훈
입력 2012-01-17 21:54
1500만 가구가 가입해 있는 케이블TV에서 지상파TV의 나오지 않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는 우리 방송산업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지를 한번에 보여준다. 케이블방송사(SO)들은 16일 오후 3시부터 KBS 2TV의 화면을 아예 내보내지 않았다가 OO일 OO시부터 방송 송출을 재개했다. 지난해 11월말 지상파 3사의 디지털방송 송출을 8일간 중단한 적이 있지만 아날로그방송까지 모조리 끊은 것은 처음이어서 시청자들의 충격은 컸다.
이번 싸움의 원인은 결국 돈이었다. 케이블TV협회는 지상파 3사가 과도한 재전송료를 내라고 해 불가피하게 방송을 끊었다는 주장이다. 재전송료가 과도하게 부과되면 케이블 시청자들의 가입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으니 결국 케이블TV를 보는 시청자가 살찐 지상파를 먹여 살리게 되는 데, 이 구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논리다. 이에 비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 TV가 지상파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엄연한 사실인 만큼 적정한 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희생되는 것은 보편적 시청권이다. SO들은 케이블 TV 시청자들을 투쟁력을 높이는 볼모로 삼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을 전제로 케이블TV에 가입한 시청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지상파 역시 공공재인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하면서도 일반사업자처럼 시청자들의 피해는 안중에 두지 않는 태도는 유감스럽다.
법원의 판결을 받아놓고도 대치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당사자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 때 필요한 곳이 방송통신위원회다. 공익을 대신해 중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그동안 어땠나. 수많은 시청자들의 권리가 달려있는 데도 사업자간의 문제라며 안이하게 대처했다. 해법을 찾기 위해 태스크 포스를 꾸려놓고도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다가 막상 일이 터지자 각종 제재를 쏟아냈다. 막판에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긴 했으나 방통위의 조정능력을 불신하는 국민륻이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