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식회계로 포상금까지 챙긴 우정사업본부
입력 2012-01-17 21:15
전국 3700개 우체국을 통해 국내 우편사업을 총괄하고 예금, 보험, 택배 사업까지 하고 있는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가 3년간 186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 개인이 세운 별정우체국이 금전 문제에 휘말리기도 했다. 직원 수 4만5000명의 거대한 조직에 6조원이 넘은 예산이 투입된 정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예금사업에서만 114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2007년 보유중인 유가증권을 팔아 1077억원의 흑자가 발생한 것처럼 회계를 조작했다. 지역 우체국은 성과급과 연관된 택배 물량을 늘리기 위해 원가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으로 서비스를 해 수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손실을 내고도 직원들은 두둑한 포상금을 받아갔으니 심하게 말하면 나라 돈을 도둑질한 것에 다름없다.
이뿐 아니다. 시중금리는 떨어지는데도 연초 수신목표 달성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5조원의 예금을 유치해 수익이 낮은 단기상품에 투자했다가 2010년 한해에만 858억원의 손실을 봤다. 민간 보험회사에 비해 독점적 지위를 가진 보험 사업도 부실화가 적지 않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금융에 전문성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다 쪽박 찬 꼴이다.
문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조직 내의 감사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방대한 조직에 고작 10여명의 인력이 감사팀을 꾸리고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본부장 직속으로 돼 있어 부정과 비리는 밝힐 수 없는 구조다. 회계 규정이 바뀐 사실을 몰라 분식회계가 발생했다고 변명하지만 무사안일의 표본이란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1만7000여명 집배원의 노고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분식회계로 그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이들의 수고가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하루 속히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책임이 있는 사람은 엄하게 문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