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영재] 중국의 春節과 고용불안

입력 2012-01-17 18:09


중국은 2010년 국내총생산이 일본을 앞질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되면서 정치, 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연평균 10%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7%로 하향조정하면서 고도성장에 따른 환경오염, 지역 간, 계층 간 빈부격차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서부 대개발 및 사회보험법의 전면시행 같은 다양한 정책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즉 중국은 단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세계의 공장’ 역할에서 탈바꿈하기 위하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한국의 고도성장기와 유사하게 중국도 저임금의 원천은 농촌 출신의 도시근로자, 농민공이다. 이들은 농촌을 떠나 일년 내내 도시 근로자로 일하다 최대의 명절인 춘절이 되면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연휴를 보낸다. 춘절은 음력 정월 초하루로 중국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절이다.

직장 정보 공유하는 계절

그 기원을 둘러싸고는 여러 설이 있으나 상고시대 우임금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하늘에 제를 지내는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그렇게 따지면 이미 4000년이 넘는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양력 1월 1일을 원단, 음력 정월 초하루를 춘절로 정한 후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춘절에는 사자탈춤과 폭죽 등 다양한 민속놀이와 함께 교자, 밀가루 전병 등을 먹으며 설맞이 물건을 사는 등의 관습이 있다. 이와 같이 오랜 전통을 지닌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이 왜 고용불안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일까?

개방 이후 중국 고도성장의 원동력이 외국인 직접투자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1992년 중국과 수교한 뒤 숱한 기업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진출하여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동시에 경험하였다.

중국의 지역 간, 계층 간 경제적 격차의 심화는 기업 간 임금 격차를 암시한다. 성장하는 기업과 쇠퇴하는 기업,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그리고 외국인 투자기업 간에도 분명 임금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작업환경과 다른 수준의 임금을 받던 농민공들이 춘절을 맞아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직장탐색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된다.

중국은 면적이 한국의 약 100배에 달할 정도로 넓은 만큼 그들의 탐색활동을 모니터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일부 기업의 경우 춘절 이후 복귀하는 근로자의 수가 겨우 50%를 조금 넘으며, 중소규모 외자기업의 경우 평균 20∼30% 이상은 춘절 이후 소식이 끊어져 새로운 근로자를 충원하는 데 적어도 2∼3개월이 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반년 정도 지나야 정상적인 조업이 가능한 실정이다.

더 나은 일자리 찾아 미복귀

이는 한국사회에서 빈번히 언급되는 임시계약직의 근로자 측면의 고용불안이 아닌 경영자 측면에서 심각한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낮은 가동률은 해당기업의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려 경영악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각종 혜택을 거의 폐지함으로써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현실에서 춘절 이후 겪게 될 고용불안을 놓고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이 경영주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면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런데 이 같은 춘절 고용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영재(부산대 교수·경제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