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태정] 선택받는 건강

입력 2012-01-17 18:08


감기를 놓고 사전은 가벼운 질병으로 정의한다.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의 감염 증상으로, 재채기, 콧물, 기침, 미열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치유된다.” 자연치유력의 효과를 검증하는 대표 질병이 감기이다. 하지만 요즘 감기는 예전 감기가 아니다. 독하게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퇴화되고 있는 것인지, 질병이 진화되고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감기가 몇 주째 낫지 않아 개인병원에서 발급해준 진료의뢰서를 들고 대학병원에 갔다. 온통 북새통이었다. 병원이 거대기업으로 느껴졌다. 여러 검사를 진행하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진료비도 만만치 않았다. ‘이젠 돈이 없으면 아플 수도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해가 더할수록 고장 나는 곳이 더해 수리를 해달라는 몸이 삐거덕거리며 신호를 보낼 텐데….

한번 찾아온 감기가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육체가 솜 빠진 봉제인형처럼 흐느적거리니 정신 또한 풀어진다. 그 혼돈 속에서도 명료하게 떠오르는 것이 생명과 돈의 함수관계다. 한 지인은 생명과 돈을 저울질해야 하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이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지만 위독한 상황을 맞았고, 그 아이를 살리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 잠시 망설였던 그 악몽의 시간을.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2010년 미국인의 의료비 지출이 전년 대비 2.9% 증가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미국인의 의료비 지출 증가폭이 둔화된 것은 불황으로 인한 높은 실업률과 개인 건강보험의 상실, 비급여 부분 개인부담금 증가 등으로 인해 아파도 치료를 포기하고 병원에 가지 않거나 보험 미가입 혹은 저렴한 보험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보험 문턱은 날로 높아지고, 가입 역시 여간 깐깐한 게 아니다. 의료비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다. 나라를 막론하고 원하지 않아도 오래 살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건강이 가장 먼저다. 건강해야 이루고자 하는 꿈을 꿀 수 있고, 목표를 향해 달릴 수도 있으며, 세상을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다.

건강 비결은 꾸준한 자기관리이다. 진정한 지식의 시작은 네 스스로가 깨우치면서 시작된다는 소크라테스의 원칙을 되새기며 자신을 위해 투자하자.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고 하지 않던가.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육체를 만들지니, 잠시 질주를 멈추고 눈을 닫아 크게 호흡하며 나를 돌아보자. 100세 시대!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나의 건강을 누구의 선택이 아닌 나의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의존이 아닌 의지와 노력으로 건강을 가꾸어 나가야겠다.

안태정(문화역서울284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