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주 불출마… 與 텃밭 도전하겠다”
입력 2012-01-17 18:55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대선 예비주자를 포함한 중진 정치인들의 거취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7년 대선 때 집권여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고향 전주를 떠나 부산, 혹은 서울 강남지역 출마를 검토하면서 당내 다른 잠룡(潛龍) 및 중진들이 직간접적으로 험지(險地) 혹은 사지(死地)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모험을 걸었다가 살아 돌아올 경우 정치적 입지가 튼튼해지겠지만 실패할 경우 차디찬 시련에 직면하는 걸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지역 구도가 일부 허물어지는 분위기여서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색 행보가 이어질 경우 선거전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을 정계 거물로 키워준 전북 전주 덕진을 떠나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 영도나 서울 강남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 고문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의 새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확실하게 격파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왔다”며 “이를 위해 전주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 고문에게 전주 덕진은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이곳에서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그는 민주당 대변인, 통일부장관,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대선 패배 후 도미(渡美)했다 2009년 4·29 재선거 때 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기까지 한 곳이다.
그런 그가 전주 불출마 결정을 내린 것은 당 중진들의 ‘사지(死地)출마론’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만약 정 고문이 야당 불모지에서 살아 돌아올 경우 2007년에 이어 다시 한번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입지를 얻게 된다. 하지만 패배한다면 그의 모험은 ‘만용’이 될 수도 있다.
부산 영도는 지난해 노동계의 최대 이슈였던 한진중공업 사태가 불거졌을 때 정 고문이 올인한 곳이다. 중요 고비 때마다 ‘희망버스’를 타고 온몸을 던졌다. 호남 출신인 그가 영남에 출마할 경우 지역주의 극복의 대표선수로 부각될 수도 있다.
서울 강남도 도전해볼 만한 가치를 지닌 지역구다. 그가 늘 ‘대한민국 1%’라고 비판했던 부유층 밀집지역에서 승리하면 그만큼 프리미엄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영도는 통합진보당의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는 지역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조차 야권연대 공천을 염두에 두고 출마를 양보하기도 했다.
핵심 당직자는 “정 고문 뜻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유권자들은 ‘처음부터 딴 생각으로 출마했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고문 측은 최종 출마 지역구는 당 지도부와 상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