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주자들 행보는
입력 2012-01-17 18:54
차기 대선주자를 비롯한 여야 중진들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몽준 홍준표 전 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간판 대선주자인 박 위원장은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지역구 출마는 지역에 계신 분들과 상의 없이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지역구인 대구 달성을 떠나 서울 등 험지로 가거나 비례대표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 1번을 맡을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선거 전략상 후보 등록이 임박해 전격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위원장의 경우 선거기간 동안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례대표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1번을 맡는 것보다는 ‘당선 위험번호’를 맡아 당이 국민지지를 받는 데 배수진을 칠 수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민당 총재로 있던 1988년 13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1번으로 승부를 걸어 호남 표를 끌어 모으며 가까스로 당선된 적이 있다.
정 전 대표의 경우 지난 총선 때 내리 5번이나 당선된 울산을 떠나 서울 동작을에서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쓰러뜨렸다. 이번의 경우 한나라당 입장에서 동작을도 상당한 험지에 속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재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홍 전 대표와 이 전 장관은 각각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과 은평을에서 열심히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박 위원장과 각을 세우며 비주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구 정치 이미지’ 때문에 당 안팎에서 불출마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야권에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는 얼마 전 정치참여 여부에 대해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에 참여할 경우 민주통합당 입당 후 비례대표 1번을 맡는 방안과 서울 강남지역에 출마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제1야당의 선거승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대선행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에 전격 입당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며, 그것을 발판으로 이듬해 대선후보가 됐었다. 그러나 자신의 높은 몸값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해 대선 때까지 물밑 행보를 계속할 가능성이 더 높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일찌감치 부산 사상에 깃발을 꽂고 ‘노무현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산 선거를 사실상 총지휘하고 있는 문 고문은 최근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급등세를 보여 금배지를 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가 여의도 입성에 성공할 경우 안철수 원장과 야권 내 대선후보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경기도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당과 본인의 위상을 높인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당의 명령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당 정세균 상임고문은 4선을 한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