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대표, 박근혜 비대위원장 예방… 朴-韓 ‘국민경선·생할정치’ 공감
입력 2012-01-17 22:16
헌정사상 처음으로 원내 1, 2당의 ‘여(女)·여(女) 대표 체제’를 만든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7일 만났다. 한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회 박 위원장 사무실을 찾아가는 형식을 갖췄는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여성 대표가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0분간 이뤄진 대면식은 일각의 예상과 달리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한 대표가 당내 경선과정에서 “박근혜는 독재정권을 이끌던 박정희 딸”이라고 각을 세워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대표는 ‘생활정치’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박 위원장은 축하 인사를 건네며 “민주당이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다. 앞으로 여야가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협력을 당부했다. 한 대표는 감사의 뜻을 표한 뒤 “2012년에 여성들이 가장 후진적인 정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혁신 작업을 함께할 수 있게 돼 참 좋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거대정당을 맡게 된 부담감을 비치기도 했다. 한 대표가 “많이 어려우시죠? (당선의) 기쁨은 한순간이고 어려움이 닥치기 때문에 박 위원장도 어려우시겠구나 생각하면서 왔다”고 하자, 박 위원장은 “같은 것 같습니다. 같이 힘을 합하자”고 했다. 만남은 언론에 전부 공개됐다.
그러나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중대한 ‘합의’도 나왔고 ‘의미 있는’ 의견 개진도 있었다. 우선 총선에서 개방형 국민경선제도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에 두 대표가 공감했다. 박 위원장은 한 대표에게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공천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해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여야가 동시에 치를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에 착수할 것을 제안했다. 한 대표도 “직접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요구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면 공천혁명이 이뤄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18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부터 개방형 국민경선제 도입과 관련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선 방식과 관련해 한나라당은 ‘투표 결과 왜곡 가능성’을 이유로 모바일 투표를 이번 선거에 도입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조직 선거, 돈 선거 차단을 위해 적극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에 난관이 예상된다. 한 대표는 이날 모바일 투표와 관련된 자료를 건네기도 했다.
아울러 한 대표는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징역 1년형을 받고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을 구명하기 위한 ‘정봉주법’(공직선거법) 개정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정봉주가 감옥에 간 것은 표현의 자유와 연계된 정치탄압일 수 있다. 정봉주법이 2월 국회에서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고 박 위원장은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