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축제’ 고기 잡고보니 “이게 뭐야”… 일본산 잡종, 토종과 섞여 생태계 교란 우려

입력 2012-01-17 18:13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에 일본산 잡종에서 유래된 산천어가 상당수 투입돼 하천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어류학자들은 이 같은 민물고기 축제가 우후죽순 늘면서 우리나라 강에서 토종 물고기는 점점 사라져 간다고 강조했다.

산천어 축제에 대해 어류학자들은 두 가지 문제를 꼽고 있다. 10여년 전 지방자치단체가 산천어를 관광자원으로 삼으면서 양식업자가 일본에서 수입한 알을 양식해 대규모로 방류했다는 점, 그리고 동해로 흐르는 수계에서만 사는 산천어가 서해 쪽 수계에서도 많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김병직 박사는 17일 “국내 토종 산천어는 등지느러미 양쪽으로 까만 점무늬가 선명한 반면 일본산 잡종은 빨간 점이 섞여 있어서 붉은 빛이 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의 한 어류학자는 “10여년 전부터 붉은 점 산천어가 영동지방의 오십천, 북천에서 많이 발견됐지만 이제는 서해로 흐르는 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 피해는 체계적으로 조사된 적이 없다. 하지만 토종 계류성 어류인 버들치, 천연기념물인 열목어 등이 포식성이 강한 산천어의 먹이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수년 전 북한강 열목어 서식처에까지 산천어를 방류했다”면서 “지자체들이 관광객이나 낚시꾼을 끌어들이려고 수계가 다른 하천에 사는 무지개송어, 은어, 빙어 등을 옮겨 넣거나 양식 산천어를 방류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제는 우리나라 강에서 원래 살던 종이 무엇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김 박사는 “지자체가 수익사업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즐기더라도 알고 즐기고, 다른 수계로 옮기지 말도록 충실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지개송어 축제는 강원도 홍천·평창에 이어 경기도 가평·파주, 경북 안동까지 5곳으로 늘었다.

화천군은 축제장 주변에 3중망을 치고 축제 후 남는 고기는 전량 가공식품으로 활용하므로 생태계 교란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최근에는 양식장에 수시로 검수를 나가 교잡종은 수매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준길 상지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2006년 말 산천어 축제 관련 용역결과 보고서에서 “산천어가 다른 어종에 대해 교란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본산 산천어는 배스, 블루길 등과 달리 생태계 위해종으로 지정되지 않아 실태파악을 위한 예산책정조차 안 돼 있다. 이 박사는 “유해종으로 지정하면 지자체가 자제토록 하는 효과가 있어 환경부가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Key Word : 산천어

산천어와 송어는 연어과 물고기로 사는 곳만 다를 뿐 같은 종이다. 송어 중 바다로 가지 않고 하천에서 일생을 보내는 개체를 산천어라고 한다. 산천어는 파마크(parr mark·몸통 옆구리의 암갈색 반문)가 있는 게 특징이다. 알에서 깨어난 뒤 바다로 갔다가 계곡으로 돌아오는 송어의 70∼80%는 암컷, 계곡에 눌러 앉게 된 산천어의 대부분은 수컷이다. 이들은 매년 10월 계곡에서 재회한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