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이란 제재’ 갈등

입력 2012-01-16 19:37

이란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여부와 이란 제재 강도를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미묘한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다.

벤자민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우파 리쿠드당 소속인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프랑스와 영국 등이 이란에 대해 취하고 있는 단호한 제재 입장과 비교하며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태도를 맹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상원에서 100대 0 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이란 제재안을 통과시켰으면서도 올해 국제원유가격이 오를 것을 두려워해 머뭇거리고 있다”면서 “이는 올 선거를 고려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야알론 부총리의 대미 강성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3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흔들림 없는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협력”을 약속한 이후 나온 것으로 우파 연정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리쿠드당 인사들이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가능성을 미국 행정부가 우려하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야알론 부총리가 미국의 대선을 거론한 것은 미국 내 유대인의 표심을 이용해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로도 해석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주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이번 주 이스라엘을 방문하기에 앞서 여론을 건드리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뎀프시 합참의장은 지난해 9월 30일 취임한 이래 처음 이스라엘을 공식적으로 찾는다.

미국과 이스라엘 간 예정된 대규모 합동 방어훈련을 놓고도 양국 간 신경전이 엿보인다. 이스라엘 국영 라디오는 15일 올 봄에 예정했던 합동 방어훈련 ‘혹독한 도전(Austere Challenge) 12’를 연말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익명의 이스라엘 국방부 소식통은 AFP에 합동훈련 연기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미군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