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공세에… 동네빵집 사라진다

입력 2012-01-16 21:25


‘동네 빵집’이 사라지고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주르 등 기업형 프랜차이즈들이 시장을 잠식한 영향이 큰 데다 재벌가의 베이커리 사업 진출로 동네 빵집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사라진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 제과점 수는 2003년 초 전국 약 1만8000개에서 지난해 말 4000여개로 8년 만에 무려 77.8%가 감소했다.

제과업계 1위인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점포 수 3000개를 돌파하는 등 무섭게 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에만 매장 300여개를 여는 등 1986년 출점 이후 연평균 120개씩 점포를 늘리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우리는 제빵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부터 차근차근 성장을 해왔다”며 “다른 대기업들이 주력 사업과 무관한 분야로 사업 확장을 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재벌가 딸들이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을 결합한 형태의 럭셔리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한 것도 동네 빵집들을 폐업 위기로 내모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보나비를 통해 커피전문점 ‘아티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베이커리 ‘달로와요’와 ‘베키아 에 누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사장은 ‘포숑’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베이커리 사업을 하고 있다.

재벌가 딸들의 무분별한 빵집 진출은 국정감사에서도 자주 도마에 올랐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도 지난 11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풀었더니 대기업이 커피숍이나 입시학원을 경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일반 대기업들의 ‘서민음식’ 사업 진출도 늘고 있다.

CJ는 비빔밥 등 한식사업에 진출했고 대명그룹은 계열사 베거백을 앞세워 떡볶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골목 상인들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유통·서비스 분야 적합업종 선정에 신속히 착수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