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확보’ 재빨랐던 은행들… “유로존 신용강등 사태 영향 제한적”
입력 2012-01-16 18:44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9개국에 대한 무더기 신용등급 하락 이후 유럽발 위기가 새삼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최대한 외화자금을 확보하는 등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지방은행을 제외한 국내 16개 은행의 1년 미만 단기 차입금 차환율(만기연장비율)은 120.3%로 전달 95.9%에 비해 24.4% 포인트 늘었다. 차환율이 100%를 초과했다는 것은 기존에 빌린 것 이외에 새 자금이 유입됐음을 말한다.
1년 이상 중장기 차입금 차환율은 174.4%로 7개월 연속 순차입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은 유럽재정 위기의 장기화에 미리 대비하고자 외화자금을 대거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단기 차입이 늘고는 있으나 중장기 차입금의 만기연장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전체적인 차입 구조는 개선되고 있다.
은행들의 외환건전성 지표도 양호하다. 잔존 만기 3개월 이내 외화자산을 3개월 이내의 외화부채로 나눈 외화유동성 비율은 104.2%다. 외화유동성 비율이 85% 이하인 경우는 감독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는다. 현재 이 비율은 감독당국의 지도 기준을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잔존 만기 7일 이내 외화자산에서 7일 이내 외화부채를 뺀 수치를 외화 총 자산으로 나눈 7일 갭비율은 2.5%, 1개월 갭비율은 2.1%로 이 두 지표 역시 각각의 지도 기준인 -3%, -10%를 훨씬 능가한다. 그럼에도 금감원 관계자는 “대외여건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유동성 현황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는 점은 분명 중장기적 위협으로 분석되나 적어도 단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큰 여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전 1급 간부회의에서 “유럽의 신용등급 강등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의 반응도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 직후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3%대씩 폭락한 바 있으나 16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겨우 16.41포인트, 0.87% 하락하는 데 그쳤다. 유럽의 악재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노출돼 그에 상응한 투자자들의 대처와 금융기관의 대응책이 마련됐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대표로 친노(親盧)로 알려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선출되면서 이른바 ‘친노 테마주’가 들썩거리고 있음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