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괴팅겐대 신경학과 트렝크왈더 교수 “파킨슨병, 당뇨병과 같이 관리 필요한 병”
입력 2012-01-16 18:22
고령화 사회의 그늘, 파킨슨병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약 1%에서 나타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노인 100명 중 1명꼴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얼마 전 타계한 정치인 고(故) 김근태씨도 이 병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대해 잘 모르고 노화현상의 일종으로 치부해 적정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일 괴팅겐대학 신경학과 클라우디아 트렝크왈더(52)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파킨슨병은 불치의 병이 아니라 당뇨병과 같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며 “발병 초기부터 적절한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면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렝크왈더 교수는 한국UCB제약의 ‘뉴프로 패치 출시 기념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뉴프로 패치는 트렝크왈더 교수가 임상시험단계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해 산업화에 성공한 파킨슨병 및 하지불안증후군 치료 전문 약이다.
그는 현재 독일 파킨슨병 전문병원인 괴팅겐대 피라케르서스 엘레나병원의 파킨슨병 이상운동장애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세계수면학회 회장, 독일파킨슨병학회 이사,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국제교육위원회 공동의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렝크왈더 교수에게 파킨슨병의 특징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물어봤다.
-파킨슨병은 어떤 병인가?
“파킨슨병은 우리 뇌 속에서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도파민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병이다. 50세 이후에 주로 발병하지만 40대에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도 전체의 약 20%에 이른다. 파킨슨병을 단지 뇌기능의 퇴행성 변화, 즉 노화현상의 일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 잘 모른다. 현재 유전 요인과 환경 요인이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는 ‘다인성(多因性) 가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들은 가족력 없이 발병하지만, 가족력을 보이는 경우도 10% 정도 있다. 또 파킨슨병은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이는 뇌의 노화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 농약 사용에 의한 환경호르몬 노출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예방이 어렵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파킨슨병 예방에 녹차가 도움이 된다는 일부 보고가 있지만 이 역시 체계적인 임상연구를 통해 검증된 것은 아니다. 머리를 많이 써서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독서나 바둑 같은 게임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젊어서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서 신체건강을 증진하고, 균형 있는 식생활을 통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면 뇌기능을 증진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로선 발병 초기에 조기 발견해 적절한 약물치료로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파킨슨병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파킨슨병을 뜻하는 4대 증상 및 징후는 안정 시 손 떨림(진전), 관절 경직, 보행 시 느린 운동 장애 및 자세 불안정 등이다. 초기엔 손이나 팔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떨리고, 관절 움직임이 어색하며 불편하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손 떨림은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주로 손가락이나 손목 관절과 같은 말단 관절에서 나타난다. 처음에는 이런 증상들이 주로 신체의 한쪽 부위에서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다른 쪽 부위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리나 턱, 혹은 혀가 떨리는 이상운동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파킨슨병은 도파민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어떤 이유로 손상되는 병이다. 결국 환자들은 도파민 호르몬 결핍증을 보이고, 이로 인해 각종 이상운동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부족한 도파민 호르몬을 필요한 만큼 외부에서 보충해주면 증상이 완화된다. 실제 ‘레보도파’와 같은 도파민호르몬제제가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고, 새로운 약물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약물이라면?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사용되는 도파민호르몬제제는 3∼5년 사용 시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 즉 반감기가 짧아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장기 복용자 가운데는 초기에 하루 한두 번만 먹어도 괜찮던 사람이 급기야 2시간마다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패치제는 24시간 도파민 호르몬이 일정한 농도로 서서히 방출돼 피부를 통해 흡수되도록 설계된 약이다. 특히 ‘뉴프로’ 패치의 경우 임상시험 결과 이른 아침 운동 능력 개선 효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밤새 약 기운이 떨어져 아침에 관절 경직 등으로 운동능력 감소를 느끼는 반면 패치 사용자들은 약효가 24시간 유지되기 때문에 운동능력 감소를 덜 느낄 뿐 아니라 야간수면장애, 우울증, 통증 등의 비(非)운동 이상증상도 덜 겪게 된다.”
트렝크왈더 교수는 “도파민 호르몬 분비 신경세포 이식 수술, 시상하부를 자극하는 뇌심부자극술 등의 새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험단계여서 임상적으로 보편화되자면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