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한파속 복병 ‘아픈 건물 증후군’

입력 2012-01-16 18:22


최근 일주일 간격으로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면서 부쩍 어지러움과 두통, 피부자극 증상, 만성 피로감, 그리고 기침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이른바 ‘아픈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 환자들이다.

속칭 ‘빌딩증후군’으로 불리는 이 증후군은 아파트나 사무실 같은 건물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병적 증상을 일컫는다. 눈과 코, 목 등과 같이 외부 공기를 직접 접촉하는 신체 점막이 고온 건조한 실내공기 탓으로 메말라 따갑거나 이물감을 느끼며 두통과 비염, 후두염, 알레르기질환(비염과 천식), 피부건조에 따른 피부가려움증, 심지어 전신피로감과 무력감, 집중력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의 건물들은 미관을 고려해 창문이 없는 통유리 건물에 중앙냉난방 공조방식을 대부분 채택하고 있어 상당수 직장인들은 아픈 건물 증후군 위험에 노출된 채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새 건물이나 개·보수된 건물의 3분의 1 정도가 아픈 건물 증후군 발생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했다. 특히 겨울철에는 밀폐된 실내의 공기오염과 산소부족 등으로 더 자주 발생해 문제가 된다.

실제 아픈 건물 증후군은 신축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회사원과 지하상가 상인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간혹 겨울철 추운 기온으로 환기를 자주 하지 않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들도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 건물 밖으로 나가 시원한 외부 공기를 쐬면 완화되지만,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가면 재발하는 게 특징이다.

결국 아픈 건물 증후군을 막기 위해서는 자주 환기를 시켜 바깥의 상쾌한 공기를 실내로 유입시켜줘야 한다. 20도 내외의 선선한 실내온도 유지와 함께 하루 1∼2차례 이상 환기를 시키며 공기 정화를 위해 건물 안팎에서 흡연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중앙공조방식 건물이라면 공조 필터가 항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주 청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실내가 일정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습기를 사용하고 실내 정원 식물을 가꿔야 한다. 실내 전기 온열기기 사용은 삼가야 한다. 그리고 짬짬이 바깥바람을 쐬면서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으며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증상 완화 및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아픈 건물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맑은 공기를 쐬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체에 스트레스를 줘 급·만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깥바람을 쐬거나 자주 환기를 시키는 등의 예방 조처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는 그로 인해 질병이 생겼다는 신호다. 이때는 망설이지 말고 바로 의사를 찾아 적절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강희택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