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의 대만, 가로놓인 과제들-② 경제 정의는 어떻게] ECFA 확대 속 분배정책 실현 ‘두 토끼’ 잡아야
입력 2012-01-16 19:11
대만 국민당은 ‘1·14 총통 선거’에서 ‘북부 압도적 승리, 중부 약간 승리, 남부 중간정도 패배’를 기록했다.
마잉주 후보가 민진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인 남부에서 제법 표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남부 농촌지역 주민들이 ECFA 덕에 중국 본토의 여행객과 농산품 구매단이 몰려오면서 경제적 이득을 보게 되자 민진당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진당은 당초 남부 지역에서 국민당을 75만표 이상 따돌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45만표 앞서는 데 그쳤다. 대만 중정(中正)대학 정치학과 랴오쿤룽(廖坤榮) 교수는 “ECFA가 이미 남부에서 효과를 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번 대선에서 대만 유권자들은 처음으로 ‘경제 투표’를 했다”고 분석했다.
마잉주 총통은 지난 4년 동안 친기업적인 행보를 보이는 과정에서 서민층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후보도 빈부격차 확대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 총통 당선에 크게 기여한 타이상(臺商, 중국 진출 대만 기업인)들은 당당하게 자신들의 요구를 내세울 태세다. 즉 ECFA를 기존 제조·서비스 위주의 500여개 항목에서 금융·의료·교육·문화 등 전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마 총통은 중국과의 경제적인 교류를 확대하는 쪽으로 큰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대만은 상반기 중 중국과 ECFA 후속 협의, 제8차 양안회담 등을 계획하고 있다. ECFA 후속협의에서는 교류 품목확대, 관세 인하 등을 논의하게 된다. 또 제8차 양안회담을 통해서는 투자보장협정 체결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마 총통으로선 “양안 관계 발전을 통해 ‘상지(商機, 비즈니스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 달라”는 기업인들의 요구를 수렴하면서 동시에 “기업인들의 주문을 받아줘도 서민들에게는 ‘온기’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조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마 총통은 이 같은 점을 의식해 선거 기간 중 ‘빈부 격차 축소, 사회적인 약자 보호, 경제 구조 개혁 추진’을 5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대만은 지난 2010년 ECFA에 힘입어 기록적인 10.8%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냈으나 지난해에는 유로존 위기 때문에 성장률이 4.6%로 급락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내 경기 둔화를 극복하는 일이 급선무가 된 상황에서 서민을 위한 분배 정책에 쏟을 여력이 어느 정도 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로서는 대만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더욱 가까워지면서 중국 시장에서 품목에 따라 대만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게 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