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낱말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라… 말더듬 장애 원인과 치료
입력 2012-01-16 18:19
최근 스웨덴 출신 여자 프로골퍼 소피 구스타프손이 말더듬 장애 때문에 그동안 각종 인터뷰 요청을 거절해 왔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그는 말더듬 장애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데 골프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구스타프손은 또 자라면서 차츰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말더듬 장애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가족 외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기피하는 등 대인기피증이 생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LPGA를 평정한 지금도 그는 더듬거리며 힘들게 말을 한다. 일단 말더듬 장애가 생기면 그만큼 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더듬(Stuttering) 장애가 왜 생기는지, 또 어떻게 해야 영구장애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2∼6세 때 가장 많이 발생해=말더듬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표현할 때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말의 유창성에 문제가 있거나 말이 막혀 일상생활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말한다.
말더듬이 발생하는 시기는 대개 두 낱말을 조합해 문장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시기(18개월)부터 사춘기 직전(11∼12세)까지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영식 교수는 “특히 2∼6세에 많이 발생하는데, 낱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두 낱말을 이어서 문장을 사용하는 언어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말더듬 역시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개선 가능성이 높지만, 구스타프손처럼 성인이 되기까지 언어재활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공포나 정서적 문제가 도화선 되기도=말더듬 초기에 어린이들은 자신이 말을 더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언어발달 과정에서 부모의 지적이나 꾸지람을 들었을 때 말을 더듬게 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심한 말더듬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듯 본격적인 말더듬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당사자는 더욱 당황하고, 좌절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심한 열등감과 두려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때로는 말을 더듬는 언어 문제보다 그의 심리 상태 및 태도가 더 심각하게 여겨질 정도다.
말더듬 장애는 초기엔 말소리 하나 또는 단음절 자체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으로 시작해 말의 연장, 말 막힘 등의 순서로 이어진다. ‘말의 연장’이란 ‘ㅅ…사람’ 또는 ‘아…빠’라고 하는 형태, ‘말 막힘’은 말을 하려고 할 때 말소리가 나오지 않아 말의 흐름이 부적절하게 중단되는 경우를 말한다.
말을 더듬는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도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말더듬에서 탈출하기 위한 행동으로 머리를 흔들거나 손으로 박자를 맞추며 말을 하거나 눈을 심하게 깜박거리는 식이다. 또 말더듬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말을 할 때 상대방 시선을 의식하거나 상대와 눈을 맞추지 못하는 행동도 나타난다.
◇회피하려 말고 천천히 말하기 훈련 필요=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양재원 교수는 “조기 치료 및 재발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부모와 가족,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아이가 표현하려고 하는 적절한 낱말을 찾지 못할 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 낱말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또 말을 더듬을 때 ‘똑바로 얘기하라’며 지적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급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의 말을 듣는 사람이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말을 덜 더듬게 된다는 얘기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언어재활치료 방법에는 크게 유창성 완성법과 말더듬 수정법이 있다. 먼저 ‘유창성 완성법’은 말을 더듬지 않고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다. 말을 느리게 하거나 부드럽게 시작하도록 유도해 특정 상황에서 말을 잘 하도록 충분히 연습한 뒤 차츰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이끄는 방법이다.
반면 말더듬 수정법은 말더듬이 말소리 반복이나 연장 자체보다는 더듬지 않으려 회피하는 노력 때문에 더 악화된다는 가정 하에, 말을 더듬는 상황에 중점을 두어 긴장감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즉, 말에 대한 공포를 줄임으로써 말이 막힐 때 그 상황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게 훈련하면 오히려 말을 덜 더듬게 된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결국 자신의 말버릇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없애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 등 말을 더듬기 쉬운 상황도 피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대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라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