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원희] 이젠 철도도 경쟁시대다

입력 2012-01-16 18:23


최근 철도 운영과 관련한 소비자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잦은 고장으로 멈춰서더니, 역주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KTX도 예사로 연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개선하려는 철저한 자기반성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운영회사가 하나밖에 없다 보니 소비자의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와 비교해 보자. 국내 항공서비스 분야는 현재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다. 과거 대한항공이 독점하던 국내 항공시장에 아시아나항공이 가세한 뒤 서비스와 안전을 두고 경쟁을 벌이며 발전한 끝에 현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저가항공사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서비스와 운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결과 그 혜택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도 3사 역시 경쟁을 펼치면서 서비스와 요금체계 모두가 좋아지고 있다.

철도는 어떠한가. 최근 철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철도망 확충에 대한 투자는 늘었으나, 운송시장에서는 철도공사의 독점 운영에 따른 문제점이 늘어나고 있다. 철도공사에서는 매년 천문학적인 영업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부채가 누적되고 있다. 몇 년째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부채비율은 2006년 68.9%에서 2010년 95.1%까지 상승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고속철도 일부 구간에 지금의 코레일 회사 외에 다른 회사에게 운영권을 넘길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노선에 다른 사업자를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실 경쟁체제의 도입은 2004년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철도 구조개혁의 일환이다. 선진 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철도 운영의 문제점을 경쟁의 부재로 인식하고 개혁을 추진해 왔다. 시설부문·운영부문 분리, 운영부문의 경영개선 단계를 거쳐 경쟁체제를 조성하는 단계에까지 구조개혁을 진행해왔다.

일각에서는 복수의 사업자가 운영에 참여하면 열차운영 안전성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복수의 운영자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독점체제일 때 내부적으로 쉬쉬하고 넘어가는 바람에 드러나지 않던 안전 문제들이 투명하게 제기되고 해결될 수 있다. 또 안전과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많은 운영자에게는 소비자가 이용을 거부함으로써 페널티를 주게 된다. 우수한 운영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음은 물론이다.

철도도 정부의 보호에 의한 독점이라는 알을 깨고 발전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철도공사에서도 현실에 머물러 자기방어적인 입장만 표명하기보다는 발전적인 철도운영사로 거듭나기 위한 계기로 받아들이고 경영효율화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철도의 경쟁체제 도입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철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한국철도학회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