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료 담합, 과징금 부과로 끝낼 일 아니다
입력 2012-01-16 18:20
비료회사들이 화학비료 입찰에서 16년간 담합해 낙찰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1조6000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농협중앙회와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에서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13개 비료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8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 13개사는 국내 비료시장의 점유율이 100%에 육박해 사실상 모든 업체가 담합에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업계 1위이자 농협 자회사인 남해화학은 물론 동부·삼성정밀화학 등 대기업 계열사, 케이지케미칼·풍농·조비·협화 등 메이저 업체들도 농민 팔 비틀기에 적극 가담했다. 비료회사들의 도덕 불감증을 감안할 때 농민 자생력과 농업 경쟁력이 되살아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비료회사들의 담합에 따른 비료값 인상분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전가된다. 농협 등이 비료회사들로부터 구입한 비료를 농민들에게 재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담합이 중단된 지난해 화학비료 가격이 2010년보다 21%가량 낮아져 농민들의 부담이 총 1022억원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비료회사들이 부당한 폭리를 취하기 위해 농민들의 고혈(膏血)을 짜낸 것이다.
공정위는 ‘큰일’을 했다고 자부해서는 안 된다. 농민들이 2010년 비료값이 비싸다는 민원을 잇따라 제기하자 공정위가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 및 담합 척결 등을 존재 이유로 하는 공정위가 지난 16년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터무니없는 비료값 인상은 농가 재배 작물의 원가를 올리고, 이는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전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수사당국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업체들과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해야 마땅하다.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겼는데도 쥐꼬리만한 과징금만 물게 해서는 경제정의를 바로 세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