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의구] 마잉주와 이명박 정권

입력 2012-01-16 18:24


대만 총통 선거가 지난 14일 끝났다. 결과는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재선이다. 이로써 양안(兩岸) 관계를 비롯한 대만의 정책은 변화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개될 공산이 커졌다.

마 총통은 그간 여러 모로 이명박 대통령에 비견됐었다. 두 사람 모두 보수당 소속에 수도 시장 출신으로, 경제 살리기를 모토로 집권했다. 마 총통이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정권의 8년 집권을 종식시킨 것이나 이 대통령이 10년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것 모두 2008년이었다. 특히 마 후보가 그해 3월 총통 선거에서 핵심공약으로 내놓은 ‘633 플랜’은 이명박 정권의 ‘747 공약’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대만은 親中정책으로 재집권

공교롭게도 두 공약은 모두 실패했다. 집권 초반부터 들이닥친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633 플랜’은 경제성장률 6%,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3% 이하 실업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였지만 대만의 성장률은 2010년 10.8%의 깜짝 성장을 제외하곤 4%대를 밑돌았다. 2009년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4%대에 머물고 있으며 국민소득은 답보 상태다.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를 목표로 하는 ‘747 공약’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2007년 2만 달러를 웃돌았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700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겨우 2만 달러를 회복했다. 경제성장률도 5년 평균이 3.1% 대에 그칠 전망이다.

경제 공약 실패에도 불구하고 마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흥미롭다. 이명박 정부는 광범위한 민심 이반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에서는 MB 정책과의 결별은 물론 재창당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1차적으로는 양쪽 정치풍토나 여론표출 양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양국은 태평양전쟁 이후 분단국으로서 출범했지만 국민당은 2000년 총통 선거까지 51년간 집권을 유지했다. 우리는 4·19로 정권이 교체됐고 두 차례 쿠데타를 겪은 끝에 97년 대선에서 여야 교체가 이뤄졌다. 정치적 역동성에 차이가 있다. 우리 국민들이 기성 정치를 불신하고 비정치인에게서 대안을 찾는 것도 이런 풍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정권의 대외 정책 차이에서 해답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마잉주 정권은 중국에 대해 통일을 추구하지 않고(不統), 독립을 추진하지 않으며(不獨), 무력을 쓰지 않겠다(不武)는 ‘3불(不)’ 정책을 표방하며 정치 문제보다 경제교류를 우선시한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핵 포기를 전제로 하는 ‘비핵개방3000’을 대북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이런 압박 정책이 북한과 마찰을 양산해 민심 이반을 초래하고 있는 반면 대만 선거에서는 2010년 중국과 맺은 관세자유화 조약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른 경제교류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햇볕정책은 경제 실익 작아

하지만 중국이 대만에 대해 갖는 위상은 북한이 우리에 대해 갖는 것과 크게 다르다. 중국은 경제잠재력이 엄청나 친중국 노선은 곧바로 거대시장 진출 기회 확대를 비롯한 경제적 실리를 의미한다. 반면 우리가 대북 유화정책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은 크지 않다. 중국은 이미 개방과 개혁의 길을 오래 걸어 대만과 체제가 상당히 근접해 있지만, 우리와 북한의 거리는 아직 요원하다. 안보위협 감소란 정책효과도 지속성이 떨어진다. 일각에서 올해 우리 양대 선거에서도 대북 정책이 결정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두 관계를 수평으로 놓고 단선적으로 판단할 일은 결코 아니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