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최현수] 아덴만 효과
입력 2012-01-16 18:27
“아덴만 여명작전의 덕이 컸지요” 서울 구로디지털 단지에 있는 한 벤처기업은 지난해 1월21일을 잊을 수 없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인 ‘아덴만 여명작전’이 성공할 때 이 회사 제품 ‘카이샷’이 톡톡히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제품은 국제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특수전여단(UDT/SEAL) 대원들의 헬멧과 저격용 총에 장착된 무선영상전송시스템인 카이샷은 현장 작전과정을 최영함과 서울에 있는 합동참모본부에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최영함의 함장과 작전 장교들, 합참지휘부는 이를 통해 현장 대원들의 움직임과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지켜보며 적절한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당시 이 작전을 지켜봤던 소말리아 동맹군 협조단의 프랑스군 협조단장은 UDT대원들이 위성으로 보내오는 사진을 보고 합참이 작전지시를 할 정도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데에 대해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아덴만 작전이후 이 회사를 찾는 해외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말레이시아는 특수부대용으로 올 4월쯤 이 장비를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수단도 지난해 4월 기에르 추아 알로옹 내무장관이 직접 사무실을 찾아 도입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 공안에는 이미 4세트를 판매했다. 이 회사 임원은 “한국군의 성공적인 작전은 한국군이 사용하는 장비들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아덴만 작전에 대해 무모한 작전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구출작전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대부분의 국가들은 선원 안전을 고려해 이런 무리한 시도를 피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말리아에서 해적퇴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유럽연합 소말리아함대 대변인 패디 오케네디도 “모든 상황이 다르지만 EU함대의 압도적인 우선순위는 인질 안전”이라며 “인질이 붙잡혀 있는 상황에서 선상침투 구출작전을 펼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맞는 지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위험이 컸던 만큼 성공에 따른 효과도 적지 않았다. 카이샷 제조회사의 대박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우선 한국군의 실전능력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다. 201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우리군은 120여개 국가에서 연인원 약 100만명이 참여해 분쟁지역 정전감시와 평화유지임무를 수행했다. 2012년 1월 현재 15개국 17개 지역에서 1444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 도로나 건축물 재건, 의료지원 등 대민구호활동이 대부분이다. 군사작전이라고 분류할 만한 활동은 많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는 우수한 능력을 지닌 한국군이 안전한 지역에서 ‘생색내기 활동’만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대민 지원활동의 의의가 적지 않다. 현지주민들에게 좋은 인상과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은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군사작전수행이라는 실전 경험도 쌓아야 한다. 지난 2004년 9월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 주둔하기까지 11일간 1110km를 이동했던 ‘파발마 작전’을 통해 군은 실전 군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아덴만작전은 우리 군이 그간 훈련만 거듭해온 특수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해외파병에 대한 국민적인 거부감이 줄어든 것도 아덴만 작전의 효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아덴만에 파견되는 청해부대와 레바논 평화유지활동군인 동명부대의 파병 연장안은 진통 없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우리군의 국제평화유지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3000여명의 해외파병상비부대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군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