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 그림으로 표현”… 유방암 극복 박보순 화백 개인전 열어

입력 2012-01-16 19:41


“빛과 어둠 속을 지나온 삶의 긴 여정에서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과 희망입니다.”

30년 넘게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박보순(63) 화백은 1992년 첫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다행히 초기여서 간단한 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부분절제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요.”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6년 후 암이 재발했고, 힘겨운 투병생활로 다소 호전되는가 싶었으나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정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청천벽력의 최후통첩을 받았다.

“왜 이런 시련이 내게 닥쳐왔을까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항암치료 고통 때문에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는 그는 그럴수록 작업에 더욱 매진했다.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할 바에야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자고 다짐한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병원을 찾으며 암 치료를 받은 그는 항암제가 아니라 영양제를 맞으러 가는 기분으로 임하고 그림도 행복한 마음으로 그리다 보니 20년 가까이 별 탈 없이 기적처럼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업은 국내외 전시에서 호평 받다 2006년에는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시가 선정한 100대 화가에 뽑히기도 했다.

유방암 환우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개인전 ‘힐링 갤러리’가 16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됐다. ‘힐링 갤러리’는 치유와 예술이 어우러진 체험 공간을 일컫는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한국로슈와 한국유방암환우연합재단이 후원하는 전시에는 좌절과 시련을 이겨내고 삶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작품 20여점을 25일까지 선보인다. 18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암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유방암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혼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