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일감 몰아주기 자제”… 계열사 아닌 中企에 입찰 기회

입력 2012-01-16 19:12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물류 분야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자제하고 비 계열 독립 기업에 사업기회를 개방하기로 했다.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가 오너 자제들의 편법 부의 상속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과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에 따른 것이다.

김순택 삼성 부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김영태 SK 대표이사 사장, 강유식 LG 부회장 등은 16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4대 그룹의 자율적인 공생발전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각 그룹이 2분기부터 상장법인을 중심으로 외부 독립 중소기업에 사업참여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이들 그룹의 모범사례를 30대 기업에도 알려 이를 활용하도록 권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공정위가 진행 중인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조사와 관련해서는 “별개의 사안이다. 일감 몰아주기 조사는 경쟁법의 저촉 여부를 들여다보는 것이어서 이번 자율 공생협력으로 조사나 처벌이 완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선을 그었다.

4대 그룹은 이와 관련, SI·광고·건설·물류 등 4개 업종에 대해 그룹 내 상장사를 중심으로 오는 2분기부터 경쟁입찰을 확대 실시하고 하반기부터 비상장사에 대해서도 경쟁입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계열사 간 내부 거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 거래에 대해 문제 여부를 판단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확대하거나 새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이들 4개 분야에 대한 사업기회를 개방하는 것은 가장 중소기업 응찰 기회가 막혀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5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집단 소속 광고·SI·물류 등 20개 업체의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0년 연간 총매출액 12조9000억원 중 71%인 9조2000억원이 내부거래인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거래 비중은 2009년 67%에서 오히려 높아졌다. 물류의 수의계약 비중이 99%에 달했고 광고(96%), SI분야(78%) 등도 수의계약 비중이 높았다.

20개 기업이 수의계약의 절반만 경쟁입찰 방식으로 돌리더라도 4조6000억원 가량의 물량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

공정위는 4대 그룹이 밝힌 내용을 중심으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모범거래기준을 30대 그룹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4대 그룹의 이번 약속은 강제성이 없는데다 지키지 않더라도 공정위가 제재하기 쉽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