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 풍산개, 야산서 쓰러진 치매 노인 살려

입력 2012-01-15 19:33

영하 10도의 한파가 몰아친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치매증세로 길을 잃은 80대 노인이 쓰러져 사경을 헤맸으나 함께 갔던 풍산개의 역할로 체온을 유지, 극적으로 구조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강원도 강릉경찰서는 당일 오후 9시20분쯤 강릉시 청량동 야산에서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신고된 이모(85) 할아버지를 발견해 구조했다고 15일 밝혔다.

평소 치매증세가 심한 이 할아버지는 오후 4시쯤 생후 2개월 된 풍산개 강아지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러나 저녁 무렵이 돼도 할아버지가 귀가하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긴 부인은 오후 6시쯤 시내에 사는 아들(60)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경찰은 할아버지의 가족과 함께 집 인근을 2시간 정도 수색했으나 할아버지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기온은 영하 10도 이하로 뚝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다급해진 경찰은 인근 야산으로 수색 범위를 넓혔고, 할아버지 집으로부터 300m쯤 떨어진 야산 능선에서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어가는 할아버지를 발견했다. 당시 이 할아버지의 배 위에는 흰색 풍산개 강아지가 올라 앉아 할아버지의 몸이 식어가는 것을 늦추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목격한 경찰과 가족들은 모두 놀랐다.

이 할아버지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이튿날인 13일 오전 평소와 같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이 할아버지의 아들은 “구조가 조금만 늦었어도 아버지가 큰 변을 당할 수 있었다”며 “생후 2개월 된 강아지가 아버지의 체온을 유지해 준 덕에 아버지가 생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