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등친 비료업체… 업계 전체 담합 16년, 1조6000억 챙겼다
입력 2012-01-15 21:59
화학비료업계가 16년간 농민들에게 덤터기를 씌웠다. 업계 전체가 서로 짜고 비료 입찰가를 담합, 1조600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남해화학, 동부, 삼성정밀화학 등 13개 화학비료업체가 농협중앙회 비료입찰가를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828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같은 사실은 공정위가 지난해 6월 화학비료 제조회사를 ‘카르텔 유발환경 개선’ 사업 대상자로 선정, 직권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조사 대상 기간은 1995∼2010년까지였다.
회사별 과징금은 남해화학이 502억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동부(17억원), 삼성정밀화학(48억원), 케이지케미칼(42억원), 풍농(36억원) 순이다.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업체 중 한 곳이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를 신청해 적발 업체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화학비료는 남해화학(점유율 42.5%), 동부(19.9%), 풍농(10.9%) 등 상위 7개사의 시장점유율이 9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 전체가 담합에 가담, 농민들을 등쳐 이익을 챙긴 셈이다.
실제로 2010년 6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듬해 농협중앙회의 맞춤형 화학비료 입찰에서 낙찰가는 전년보다 21% 낮아졌다. 농민의 화학비료 부담액은 1022억원 줄었다. 매년 같은 수준의 담합이 이뤄졌다고 가정하면 비료업계가 16년간 1조635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매년 농협중앙회의 화학비료 희망수량 경쟁입찰(예정가격 이하 입찰자 중 낮은 가격 순으로 수요물량에 도달할 때까지 낙찰자를 정하는 방법) 또는 연간단가구매입찰(최저가 낙찰 후 나머지 업체는 같은 금액으로 지역조합에 납품토록 하는 방식)에서 품목별 낙찰물량을 배분해 응찰가격을 미리 짰다.
2004년 ‘21-17-17’ 비료군의 경우 남해가 66%, 동부가 34% 나누기로 합의하고 입찰가를 짰다. 연초비료 입찰에서는 동부를 낙찰자로 정한 다음 물량을 점유율에 따라 배분하고 동부에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납품하는 수법을 썼다. 남해, 동부는 16년간 21-17-17 비료의 입찰을 독점했고, 요소비료는 삼성정밀화학까지 가세해 15년간 가격과 물량을 담합했다.
화학비료업계는 이 같은 담합을 통해 농협과 연초조합이 정한 최고가격의 99%에 맞춰 낙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농민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우고, 장기적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화학비료업계의 견고한 담합행위를 적발했다”면서 “앞으로도 국민생활과 밀접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의 담합행위를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동 기자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