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코스닥투자 4년6개월 만에 최대

입력 2012-01-15 19:36

코스닥시장에서 테마주가 인기를 끌면서 ‘한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도 급증하고 있다. 15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2일 현재 1조68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7월 30일의 1조6872억원 이후 4년6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담보 없이 빌려 매수 주문을 체결한 돈을 가리킨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고가 대외 불확실성으로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코스닥의 이상 과열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중순 5조원을 훌쩍 넘었던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최근 2조8000억원대로 줄었다.

신용융자 잔고는 특히 테마주를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속한 정치 테마주 상당수가 잔고율 4%를 웃돌고 있다. 잔고율은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고의 비율이다. 코스닥 전체의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고가 1.5%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실제로 박근혜 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의 잔고율은 5.2%, 안철수 테마주인 안철수연구소는 4.1%로 높은 편이다. 지난해 7월 말까지 1%대에 머물렀던 안철수연구소의 신용융자 잔고율은 ‘안철수 열풍’이 불면서 한때 6.7%까지 올랐었다.

증권사는 보통 신용융자 만기를 60∼90일로 설정한다. 만기가 길어야 3개월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 기간 안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높은 대출 이자율도 부담이다. 대출기간 15일 미만 기준으로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은 최소 연 5.9%에서 최고 12.0%에 이른다. 만약 어떤 악재가 터져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증권사는 원금을 확보하려고 주식을 임의로 처분(반대매매)하기도 한다. 자칫 자신이 투자한 돈과 신용융자로 투자한 자금이 융자금 이하로 떨어져 담보 유지 비율이 100% 미만인 깡통계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테마주 관련 신용거래가 늘어나자 증권사들을 상대로 현황 파악에 나섰다. 문제가 확인되면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