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얀마와 대사급 외교관계 복원

입력 2012-01-15 19:12

미얀마가 대규모 정치범 석방 등 민주화 조치를 단행하고, 미국이 외교관계 격상 방침을 밝히는 등 양국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수십년간 진행돼온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도 향후 민주화 조치에 따라 단계적으로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정부는 13일(현지시간) 전직 총리와 학생 민주화운동 지도자, 소수민족 반군 지도자 등 거물급 등 정치범 651명을 석방했다. 지난해 10월에 이은 추가 정치범 석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 성명에서 “깜빡거리던 개혁 움직임이 더 밝게 타오르기 시작했다”며 “수백명의 양심수 석방 결정은 민주화 개혁을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양국 관계를 기존의 대리공사급에서 대사급 수준으로 올리도록 국무부에 지시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곧바로 주미얀마 대사를 파견하는 절차에 착수하고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주말 테인 세인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후속 조치를 설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반세기 만에 미얀마를 방문하는 등 민주화 개혁 조치를 조건으로 양국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

그동안 미얀마 제재법 마련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다음 주 중 미얀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미얀마가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에 대해 보다 분명히 설명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미얀마 관계 개선 움직임을 지지했다.

노르웨이와 호주 정부도 각각 민간기업 간 거래를 허용하고 금융·여행 제한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달에는 영국과 프랑스 외교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하는 등 유럽연합 국가들의 외교 및 경제 관계 개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미얀마 관계 개선 움직임은 아시아 개입 정책을 선언한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견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얀마를 미국 및 서방과 보다 우호적인 외교·안보관계를 맺도록 하자는 것이다.

향후 관건은 오는 4월 보궐선거와 군부의 태도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출마 입장을 밝힌 보궐선거의 공정성은 민주화 조치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행사다. 또 아직도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민주화 조치가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