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 자월도 근해서 유류운반선 폭발 11명 사망·실종… 유증기 원인인 듯

입력 2012-01-15 22:57


인천 옹진군 자월도 북방 해상에서 15일 오전 유류운반선 4191t급 두라3호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선원 16명 중 5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해경 등에 따르면 두라3호는 이날 인천 남항 부두를 출항해 충남 서산 대산항으로 가기 위해 자월도 북쪽 5.5㎞ 해상을 지나던 중 인천항을 떠난 지 1시간30여분 만인 오전 8시5분 커다란 폭발사고를 일으켰다. 이 폭발로 길이 105m의 두라3호는 선체가 두 동강 난 채 반쯤 침수된 상태다.

두라3호는 대산항에서 선적한 휘발유 6500t을 인천 유공부두에 하역한 뒤 돌아가던 중이었다. 해경은 유류탱크에 남아있던 유증기(油蒸氣)가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폭발 증거품들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생존한 선장과 선원들은 유류탱크에서 선원 11명이 찌꺼기 제거 작업을 시작한 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 엄청난 충격을 동반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진술했다.

선박 선사인 두라해운㈜ 측도 “유증기를 빼는 ‘가스 프리(gas free)’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 같다”며 “평소 경유를 운반하던 두라3호가 이번에 휘발유를 운반했는데 이것이 폭발사고와 연관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11명과 미얀마 선원 5명이 타고 있었다. 폭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갑판 쪽 선원들이 모두 변을 당했고, 선미의 선실과 기관실에 있던 선원 5명은 긴급 출동한 해경에 구조됐다. 선장 안상원(57)씨는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강한 충격을 느낀 순간 바닥에 엎드렸다”며 “연평도 포격사건이 재발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시신 2구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당시 폭발 정도를 짐작케 했다.

해경은 배가 동강이 난 뒤 침수가 진행되자 경비정, 고속정 등을 사고 해역에 출동시켜 침몰에 대비해 선수와 선미에 부이를 설치하고 바지선 2대로 선체를 고정시켰다. 또 기관실과 갑판의 공기배출구를 폐쇄하는 등 기름 유출에 대비했다. 헬기 2대와 경비정 22척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해경은 시신들을 인천 숭의동 성인천한방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했다.

◇사망자 : 이진수(20) 뗏나잉원(37·미얀마) 묘민자우(31·미얀마) ◇실종자 : 유준태(51) 구인주(53) 부광수(41) 이종완(21) 박양기(66) 산툰린(32·미얀마) 아웅조산(26·미얀마) 조묘이응(29·미얀마)

인천=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