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신용 무더기 강등] 조선·車·가전 수출 타격 우려…‘예고된 악재’ 증시영향 크지않을듯

입력 2012-01-15 22:48

유럽 9개 국가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으로 가뜩이나 내리막길을 걷는 한국 경제호의 앞날이 더 어두워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은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고 대유럽 수출전선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유럽연합(EU)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에 달했다. 지난해 대EU 수출액은 543억 달러로 5.5% 증가해 전년 증가율(14.8%)보다 9.3% 포인트 낮았다. 대EU 무역수지도 83억 달러 흑자로 전년(148억 달러)보다 훨씬 적었다.

유럽 불안은 미국과 중국 등의 경제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한국 수출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올 들어 1~10일 수출실적(통관기준)은 118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줄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수출위축을 채워줄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 또는 마이너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길게 가면 2분기까지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자동차·전자업계 등 국내 기업들은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유럽 수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각각 30%와 2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유럽은 전자업계의 주요 시장인 만큼 경기 악화가 수출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대응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유럽시장을 돌아본 데 이어 최근 해외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현지 시장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완성차업계의 유럽 수출 비중은 22.2%였다.

유럽 국가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은 국내 금융시장에도 메가톤급 악재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금융시장이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여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오랜 기간 예고된 묵은 악재라는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럽계 자금의 이탈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이 15조1000억원 순유출됐다. 2010년 3조20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 대비된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채권시장에서도 유럽은 2010년 7조원 순투자에서 지난해 3조4000억원 순유출로 돌아섰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