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신용 무더기 강등] 佛, 최고등급 상실 쇼크… 9개국, 발표시점 등 의문제기

입력 2012-01-15 18:58


프랑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한 데 대해 해당 국가들이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내려앉았고,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2단계 하락해 BBB+와 A로 조정됐다. 특히 이탈리아가 B등급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등급 강등은 국채 이자율 인상으로 이어져 프랑스 등 각국의 차입 비용 증가는 물론 이를 담보로 자금을 빌린 유럽 은행들의 연쇄 도산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유로 9개국, S&P 신뢰성과 발표시점 의문=최고등급을 상실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바루앙 재무장관은 14일 “프랑스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신용평가사가 아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키프로스 공화국의 드미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 대통령은 “이번 강등 조치는 전혀 공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동기가 숨겨져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프랑스 시민들은 이날 파리에 있는 S&P 프랑스 사무소 앞에서 이번 조치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프랑스 국민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알고 있으며 우리의 가치를 평가하는 신용평가 기관은 필요없다”고 외쳤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EU 회원국들이 재정 통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타이밍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S&P가 선택한 시점에 놀랐다”며 “근본적으로 S&P의 등급 평가는 최근에 있었던 진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청도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교황청 대변지 ‘오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수상한 시점’이라는 1면 기사를 통해 국채발행이 무난히 이뤄져 시장이 다소 숨통이 트이는 시점에서 S&P의 등급 강등 결정이 이뤄졌다며 발표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S&P 왜 무더기 강등했나= S&P는 “최근 몇 주 동안 유럽의 정책당국이 취한 조치는 유로존의 ‘구조적 스트레스’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견해”라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유럽 정상들이 만들기로 합의한 재정통합 강화 협약이 위기의 돌파구로는 미흡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또 위기의 원인이 개별국가들의 재정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 만큼 긴축 재정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장애물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독일, S&P결정 평가절하=유로존 구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14일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S&P의 조치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뉘앙스다.

그는 “국가 부채를 삭감하는 재정협약이 체결되면 궁극적으로는 유로존 문제에 대한 지속가능한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오히려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로존 국가들의 결속을 강조하면서 재정협약 체결의 속도를 내는 데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유로존 재정 계획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