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밤’ 콩코르디아호 伊서 좌초… 유람선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입력 2012-01-15 19:42


승객 대부분은 저녁 식사 중이었다. 갑자기 굉음이 울렸다. 식탁에 있던 접시와 유리잔 등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정전이 되면서 칠흑 같은 어둠이 급습했다. 선체가 기울며 절반가량이 물에 잠겼다. 공포에 질린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퉜다. 일부는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었다. 초호화 유람선은 순식간에 끔찍한 지옥으로 변했다. 100년 전 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태닉’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13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서해안 티레니아해 토스카나 제도에 딸린 질리오섬 인근 바다에서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암초에 부딪힌 후 전복됐다. 4234명을 태우고 로마 부근의 치비타베치아항을 떠난 지 수 시간 만이었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41명이 실종됐으며 70여명이 다쳤다. 신혼부부 등 배에 있던 한국인 35명은 모두 구조됐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생존자가 전한 사고 순간=“정말 죽는 줄 알았다. 우리는 구명보트에서 2시간 동안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안토니에타 신톨리(65)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람선을 탔다는 몬달 미튠은 “내가 있던 곳에서는 150명의 승객이 탈 구명정이 1척밖에 없어 공포가 극에 달했다”고 몸서리를 쳤다. 승객은 대부분 유럽인이었고, 승무원은 대부분 아시아인이라 의사소통이 안 돼 탈출이 어려웠다는 얘기도 나왔다.

많은 승객들이 한꺼번에 구명정에 오르려 했지만 공포 속에서 서로 밀치는 극도의 혼란이 벌어졌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사람도 적지 않았다. 급한 나머지 선체에 달렸던 구명정의 연결부를 도끼로 잘라내 탈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아래쪽 선실에 갇혀 있던 29세가량의 한국인 신혼부부는 선실을 하나씩 뒤지던 구조대원들이 이들이 낸 소리를 듣고 1시간30분 동안 작업을 한 끝에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안사통신이 보도했다.

◇먼저 도망간 선장 체포=이탈리아 검찰은 유람선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52) 등 관계자를 체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그는 미숙하게 운항했을 뿐 아니라 모든 승객이 대피하기 전에 먼저 탈출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검찰은 “스케티노 선장이 예정된 항로를 벗어나 질리오섬 쪽으로 매우 서투르게 항해하다가 선체 왼쪽부위가 암초에 충돌했다”며 “유람선이 기울면서 2∼3분 만에 엄청난 양의 물이 찼다”고 밝혔다. 선체가 무려 70∼100m가량 찢어졌다. 이 유람선은 길이 290m, 11만4500t 규모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