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진화 나선 한나라] 박근혜 불출마땐 與 텃밭 ‘쇄신 태풍’
입력 2012-01-15 22:34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알려지자 당내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여권의 유력 차기대선주자로 전국적인 총선지원 유세에 나서야 하는 입장에서 지역구 출마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지역구민과의 소중한 약속’을 들어 총선 출마 의지를 피력했던 박 위원장의 입장 변화 ‘시점’에는 꽤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많다. 그는 지난해 말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과 지난 3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다 내려놓고 가겠다”고 천명했다. 본인부터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의미였다.
이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터지면서 한나라당은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고 박 위원장은 해법으로 ‘구태 정치와의 단절’을 내걸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예고한 셈이다. 직후 친박근혜계에서 박 위원장이 설 연휴 전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진 것이다.
일단 박 위원장은 15일 황영철 대변인을 통해 “지금까지 그 문제와 관련해서 어느 누구와도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전해왔다. 시인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불출마를 부인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박 위원장에게 ‘불출마의 명분’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의 대구 지역구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박 위원장이 지금 중앙에서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구에 과연 나오겠느냐는 게 사실 달성군의 분위기”라며 “특히 지역 여론을 많이 아는 공무원들은 아예 박 위원장이 안 나올 것으로 단정 짓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불출마로 모아진다면 박 위원장도 기존 입장을 바꿀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에 이번 주말까지 공천 기준 마무리를 지시한 박 위원장이 본인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홀가분한’ 상태에서 본격적인 물갈이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박 위원장의 불출마가 서울 강남과 영남권 등 한나라당 텃밭 쇄신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