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진화 나선 한나라] 친이-친박 화해하나
입력 2012-01-15 22:34
지난주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둘러싸고 폭발했던 한나라당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이 주말을 거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양 계파가 생채기를 서둘러 ‘봉합’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2007년 대선 경선 자금 같은 더 큰 뇌관을 건드리는 일을 자초하지 말자는 전략적 후퇴로 보인다.
친박 성향의 권영세 사무총장은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건을 계파적 시각에서 보려는 시도가 있으나 계파 간 갈등 차원에서 폭로된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사건을 처음 폭로한 고승덕 의원은 친이계에 속했던 인물로 특정 계파(친박계)가 꾸민 일이라고 말하는 주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3일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이재오 죽이기’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이 전 (원내) 대표가 당시 장기 외유중이어서 그 자체로 말이 안 된다”며 “이 전 대표가 이 사건에 관련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은평갑은 2010년 지방선거 등 공천에서 고소 사태를 비롯한 잡음이 많았고 이와 관련돼 돈 봉투 사건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공정 공천에 대해 다시 천명할 기회가 곧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 총장의 이 같은 설명은 이재오 의원이 안 위원장 발언 직후와는 달리, 전날 트위터를 통해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고 나를 갈등의 중심에 세우려 하나 흔들리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선 것에 대한 화답 성격이 강하다. 이 의원은 트위터에서 “핵심은 2008년 전대 때 내가 미국에 있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언론은 그 사실을 외면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나는 (2010년) 7·28 재선거에 당선된 이래 갈등의 중심에도, 분열의 중심에도 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새 지도부를 구성한 야당이 돈 봉투 수사에 대한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죄고, 검찰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계파 분란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