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의 대만, 가로놓인 과제들-① 중국-대만 양안 관계는] “中과 평화협정 서두르지 않겠다”
입력 2012-01-15 18:43
안정과 경제 발전을 원하는 대만 유권자들이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후보를 선택했다. 14일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마 후보는 전체 유효 표의 51.6%(689만표)를 획득, 45.6% 득표율(609만표)에 그친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를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중국과 미국은 선거 결과에 대해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공작판공실은 15일 발표한 담화를 통해 “양안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함께 열어 나가자”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성명에서 “양안 평화와 안정, 관계개선 등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양측이 협력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당은 이번에 실시된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기존 81석에서 64석(비례대표 포함)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과반수는 확보했다. 민진당은 27석에서 40석으로 의석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향후 양안 관계는=“양안 관계를 둘러싸고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대만 총통 선거 결과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 대해 ‘중국과 미국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양안 관계에 풍파가 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 두 나라가 이러한 대만인들의 정서에 잘 대응했다는 뜻이다.
대만 연합보는 이에 대해 ‘92공식(共識·컨센서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차이잉원 후보의 92공식에 반대하는 입장이 평화와 경제 발전을 원하는 중립적인 유권자의 표 이탈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해석은 중국과 대만 각자에 맡기고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 총통 당선자는 앞으로 양안 정책을 어떻게 다룰까.
“중국과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논의는 당분간 없을 것입니다.” 그는 선거 직전 외신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총통 신분을 가진 채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낮다고 말했다. 그의 급격한 친중국 노선에 불안을 느끼는 세력을 의식해 다소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마 당선자가 2기 정부에서 대륙과 정치 사회적 교류는 활성화하되, 정치적 접근은 여건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즉 ‘경제 우선, 정치는 다음(先經後政)’ ‘쉬운 일 우선, 어려운 일은 다음(先易後難)’이라는 그동안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 변화를 보겠다는 것이다.
마 당선자는 총통 재임 기간 중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 이를 통해 지난 2010년 경제성장률 10.72%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냈기 때문에 대 중국 협력이라는 기본 틀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민진당 내부에서 집권을 위해서는 기존 양안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