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오지에 희망 심는 한국인의 인술… ‘인간극장 5부작-아픈 만큼 사랑한다’

입력 2012-01-15 18:19


인간극장 5부작-아픈 만큼 사랑한다(KBS 1TV 16∼20일 오전 7시50분)

필리핀의 어려운 이들에게 의술을 베풀고 있는 박누가(53)씨. 우연히 떠난 해외의료 봉사활동에서 겪은 경험이 그를 평범한 외과의사에서 ‘필리핀의 페스탈로치’로 만들었다.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는 이들을 자신의 힘으로 구해내면서 이 일에 자신의 인생을 걸기로 한 것! 그 후 그는 필리핀에서 22년째 가난한 사람과 오지의 주민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아내와 한 살배기 아들과 함께였으나 지금은 혼자다. 오지에서 인술을 펴겠다는 남편과 뜻을 같이 했던 아내는 필리핀에 정착한 지 4년 후 둘째까지 낳게 되자 아이들의 교육을 염려해 귀국하자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병든 이들을 버려둘 수 없어 아내와 두 아들만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혼자 남은 뒤 더욱 열심히 의료활동을 펼치는 그를 병마가 덮쳤다. 1992년 발견된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았고, 2004년에는 위암 판정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2009년에는 간경화에 당뇨 판정을 받아 2개월 시한부 선고까지 내려졌다. 제 몸 하나 거두기도 어려울 만큼 쇠약해졌지만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저버릴 수 없어 진료를 계속했다. 그런 그에게 하늘도 감동했는지….

박씨는 “내 몸이 아파 봤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며 어렵사리 마련한 버스를 타고 오지로 의료봉사를 다니고 있다. 모아둔 재산과 지인 도움으로 구색을 갖출 수 있었던 그의 병원은 많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 주고 있다. 그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이곳의 아픈 사람들을 돌보겠다고 다짐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