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슬픈 눈망울… “배가 고파요”

입력 2012-01-15 18:22

“송아지값이 1만원이라고요? 한·미 FTA가 이렇게 만든 겁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축산업을 하는 김영선(48)씨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부터 쏟아 놓는다.

“작년 오늘입니다. 2011년 1월 8일 구제역으로 젖소와 한우 120마리를 살처분해 가슴에 묻었습니다. 그래도 살아보려고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으로 빚 갚고 마리당 480만원 주고 젖소 40두를 들여왔지요. 그 소들이 새끼를 낳으면 암송아지는 젖을 짜기 위해 기르고, 수송아지는 마리당 13만원 정도 받고 팔아 비용을 충당했지요. 그런데 구제역 파동이 나고 한·미 FTA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서 판로가 막혔어요.”

김씨는 구제역 파동 이후 언제 이 같은 악몽을 다시 겪을지 몰라 사육 두수를 줄여 보았는데 이번엔 한·미 FTA에 발목이 잡혀 소값이 뚝 떨어졌고 그나마 판로마저 상실했다고 한탄했다.

“그동안 수송아지 9마리가 태어났는데 작년 8월 이중 2마리를 판 뒤로는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기르고 있어요. 송아지 7마리가 먹는 초유와 사료값이 한 달에 120만원씩 들어요. 파동만 없었으면 이미 팔렸어야 할 놈들인데 아직까지 적자 보며 키우고 있는 거지요. 그렇다고 어린 송아지를 굶겨 죽일 순 없잖아요. 어떻게든 해봐야지요. 나중에 어찌할지는 답을 모르겠어요. 순창에서는 소를 굶겨 죽였다는 소리도 있는데,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빈 여물통에 혀를 길게 빼어 핥는 송아지의 눈동자가 애처롭다.

용인=사진·글 김민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