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뮤지컬 배우라 불러주세요”… 장혜진·조성모, 뮤지컬 첫 도전
입력 2012-01-15 18:13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이름을 각인시킨 장혜진(44)과 감미로운 목소리의 주인공 조성모(35)가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 모두 뮤지컬 도전은 처음이다. 장혜진은 2월 25일까지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우리들의 청춘 롤리폴리’에 나서고, 조성모는 2월 7일부터 3월 11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광화문 연가’에 오른다. 가창력 있는 두 가수의 노래와 연기 대결이 기대된다.
밤무대 전전하는 중년의 무명가수로
걸그룹 티아라의 히트곡 ‘롤리폴리’를 복고풍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우리들의 청춘 롤리폴리’는 한 친구의 죽음 이후 중년이 돼 다시 만난 10대 시절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1970∼80년대 유명 팝송으로 엮었다. 장혜진은 ‘롤리폴리씨스터즈’의 멤버로 지방과 밤무대를 전전하다 데뷔 25주년을 맞은 중년의 현주 역을 맡았다.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장혜진은 “옛날에 자주 듣던 팝송이 많이 나오니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되고 그때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보고 싶고 소식이 궁금하기도 하다”며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친구 찾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제자들 가운데 뮤지컬학과 학생들이 평소에 조언을 많이 구해오지만 경험이 없으니 들려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웠다”며 “이번에 뮤지컬 출연 기회를 얻었으니 학생들에게 뭔가 할 말이 있을 것 같고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화 ‘써니’처럼 7080세대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뮤지컬에서 장혜진은 셀린 디온의 ‘The Power of love’(사랑의 힘), 신디 로퍼의 ‘True Colors’(진실의 색채) 등 80년대를 풍미한 팝송을 솔로로 부른다. 또 보니엠의 ‘Happy Song’(행복의 노래), 카펜터스의 ‘Close to You’(당신과 가까이 있을 때), 진추하(陳秋霞)의 ‘Graduation Tears’(졸업의 눈물) 등 주옥같은 노래들도 들을 수 있다.
91년 데뷔 이후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1000회 콘서트 기록을 세운 경험을 살렸다는 그는 “노래는 멜로디에 감정을 싣는 것뿐이지만, 뮤지컬 연기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해야 하고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돼야 하는 게 어렵다. 동선과 빠른 무대 전환도 마찬가지”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완급을 조절하는 노래와 함께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혜진과 현주 역을 나눠 맡은 뮤지컬 배우 박해미는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기하기도 편하고 관객도 편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라며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인 만큼 신나게 한 판 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티아라의 멤버인 효민과 지연은 ‘롤리폴리씨스터즈’의 리더인 주영의 어린 역을 함께 맡았다(1577-3363).
숱한 히트곡 남긴 비운의 작곡가로
조성모는 ‘광화문 연가’에서 비운의 작곡가 한상훈(과거) 역을 맡았다. 2010년 초연한 이 뮤지컬은 2008년 숨진 작곡가 이영훈씨를 소재로 한 무대로 ‘난 아직 모르잖아요’ ‘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사랑’ 등 그의 히트곡 34곡이 담겼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조성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문세씨의 히트곡을 주로 썼던 이영훈씨의 발라드풍 음악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내 목소리와도 잘 맞을 것 같았다”고 이 뮤지컬에 동참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옛사랑’과 ‘휘파람’을 특히 좋아했어요. 80년대 발표곡이 많지만 지금 들어도 멜로디가 촌스럽지 않고 노랫말이 한 편의 시 같아요. 제가 가장 잘하는 건 발라드이고 이영훈씨는 발라드 계보의 관록 있는 작곡가였으니 그분의 노래를 부르는 건 제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인 셈이죠.”
이문세와 이영훈이 당대 콤비였다면 조성모에게는 작곡가 이경섭이 있다. 이경섭은 조성모의 98년 데뷔곡 ‘투 헤븐’부터 2001년 4집까지 프로듀싱하며 그를 밀리언셀러 가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사회를 들끓게 했던 영화 ‘도가니’에 삽입된 조성모의 ‘가시나무’도 하덕규의 원곡을 이경섭이 편곡했다. 조성모는 ‘가시나무’를 불렀을 때의 여린 미성을 뮤지컬 무대에서 최대한 살리겠다는 생각이다.
2000년 ‘가시나무’ ‘아시나요’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 오랫동안 좌절의 시간을 보낸 그는 ‘광화문 연가’를 시작으로 음반, 공연 등 음악 활동을 의욕적으로 할 계획이다. 또한 한창 반응이 좋을 때 손을 놓았던 일본 무대에 재도전할 작정이다.
한상훈(과거) 역은 초연 무대에 섰던 로커 윤도현과 나눠 맡았다. 조성모는 “윤도현씨가 파워풀한 캐릭터라면 저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둘의 노래와 연기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훈이 호감을 느낀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현우 역에는 가수 서인국과 뮤지컬 배우 이율이 더블 캐스팅됐다.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성규와 우현도 여주인공 여주의 아들 지용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다. 여주 역에는 초연 멤버인 가수 리사와 뮤지컬 스타 정선아가 맡았고 현재의 한상훈 역은 박호산 최재웅이 더블 캐스팅됐다(02-2005-011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