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식품 장관의 소신 발언 곱씹어 보길

입력 2012-01-15 17:56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농축산인들을 향해 내놓은 쓴소리가 논란을 빚고 있다. ‘농심을 무시한 망발’이라는 질타와 함께 ‘소신 있는 발언’이라는 지지도 나오고 있다.

서 장관은 축산인 시위를 사흘 앞둔 지난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소값이 하락했다고 구제역 방역기간 중에도 서울로 소를 끌고 오고 자식 같은 송아지를 굶겨 죽이며, 국가수매제를 주장하며 쌀을 도로에 뿌리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는 도를 넘어선 행동”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은 이어 “구제역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묻고 해당 농가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며 “농어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부 농어업인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원칙과 정도를 엄정히 지켜가겠다”고 밝혔다.

발언 내용을 보면 농축산인들의 정서로는 수용하기 어렵다. 특히 농수산 정책의 주무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수긍이 간다. 애지중지 키우던 송아지를 굶겨 죽이고, 피땀 흘려 수확한 쌀을 버릴 수밖에 없는 애타는 농심을 외면한 채 책임을 묻겠다니 야속한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서 장관의 발언에서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직분에 충실하려는 공직자의 자세가 엿보이는 점을 높이 사고자 한다. 송아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하락을 정부 수매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고 국민 전체의 책임으로 희석시키는 행위다. 곡물 수매제도 수급 불안정에 따른 위험성을 국가 재정으로 보험처리 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런 정책은 국제규범에 맞지 않을뿐더러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데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서 장관의 고언은 이해 당사자에게서 욕을 얻어먹더라도 정책의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공직자의 태도는 정권 말기, 큰 선거를 앞두고 있을수록 더욱 요구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장·차관급 합동 워크숍 자리에서 “국가 미래에 나쁜 영향을 주는 정책에 대해서는 자리를 걸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